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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집에서 엿본 꼬마



엄마 있잖아 오늘 학교에서 청소시간에 ... 어쩌고저쩌고 종알종알....
근데 걔가 나랑 할랬는데... OO이가 중간에 끼어가지고... 또 종알종알...
    야, 얼렁 먹엇! 다 식잖어..!!  (퉁명스럽게 뱉다시피 꼬마의 말을 자른다)

근데 암튼, 그래서 끝나고 오는데, 학원 앞에서, 걔, 우리 앞동 사는 애.. 걔가 그러는데...쫑알쫑알...
    너는 왜 말을 똑바로 안해?? 분명히 알아듣게 해야지 !

ㅎㅎ 내가 어쨌는데..??
    말할 때 웅얼웅얼 하잖아.. 또박또박 안하고...

어떻게??
    @#$%^&^%$&*ㅇㄲ%$*ㅗㅎ&^())#$%^ !!!  (시킨다고 또 흉내를 내는 엄마)

음... ... 내가 그랬어? 히히..    ... ...
... ... 
(한참 조용하더니..)

엄마, 걔, OO이... 엄마 딸이었으면 좋겠지...

    왜 좋아 ?!?!  남의 딸인데...!! 

그게 아니라, ... 어... 그 애 이쁘지? 성격이랑...
난, 내가 내 성격이랑 바꾼다믄 걔처럼 됐으면 좋겠어... ...


    ... ... ...  (꼬마 엄마는 이제 완전히 누그러진 눈치다 ㅎㅎㅎ)



보름만에 해본 운동을 끝내고 집에서 씻을 요량으로 땀냄새 풀풀 풍기며 아파트 주차장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향하는데
먼저 간 사람이 나를 봤는지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있다. 반갑고 고맙다...
'안녕하세요?' 바로 아랫방 우리학생이네... 제 엄마와 함께!
하필 땀냄새 엄청 풍기며 처음 만나는 학부모와 좁은 엘리베이터로 11층까지 가게 되다니..! (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건데, 건강한지 아닌지 땀을 내는 운동을 자주 하는지 아닌지를 땀냄새로 느낄 수 있다. 컨디션이 나쁠 때 하거나 상당히 띄었다가 하는 운동 끝에 나는 땀냄새는 상당히 지독하여 역겨울 정도다.)

씻고, 이것저것 꼼지락 거리다가 제법 늦은 시각에 저녁끼니를 찾아 들른 분식집에서 나 보다 더 늦게 들어오는 모녀를 봤다.
옆뒷자리에 앉아 보이진 않고 말소리만 들리는데, 애엄마 말소리가 상당히 격앙돼있다.
퉁명스런 애엄마 말과는 달리 차분하고 예쁜 아이의 말소리가 귀에 쏙 들어와, 내 자리 우동과 김밥이 다 떨어질 때까지 엿듣는다.

엄마, 걔, OO이... 엄마 딸이었으면 좋겠지...
    왜 좋아 ?!?!  남의 딸인데...!! 

그게 아니라, ... 어... 그 애 이쁘지? 성격이랑...
난, 내가 내 성격이랑 바꾼다믄 걔처럼 됐으면 좋겠어... ...


요 대목에서 아이의 모습이 무척 궁금해져 뒤를 돌아다 봤다.
목덜미를 넘기는 적당히 긴 생머리에 분홍 반팔 티셔츠를 입은 여자아이, 초등학교 4, 5학년쯤 돼보인다.
그 목소리 뿐 아니라 슬쩍 마주친 눈빛과 밝은 표정이 참 예쁜 아이,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살짝 웃어지네...

차려져 나온 음식과 퉁명스런 엄마 말투에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한테 재잘재잘 종알종알 얘기할 수 있는,
자기 말투에 실망하는 엄마를 알아차렸음에도 마음의 상처를 입기보다는 썰렁한 분위기를 요령껏 살려내는,
그러고나서 조곤조곤 평소 엄마가 이뻐하던 친구 얘기로 오히려 엄마를 미안하게 만드는...

"꼬마야, 너 정말 예쁘구나.. 어쩌면 네가 말하는 그 애 보다도 더 예쁠 것만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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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8 20:55 2009/05/0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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