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과는 상관없이 시간이 가고 계절이 바뀌고,
그렇게 해마다 오는 가을일테지만...
아이들과의 추억이 없어도, 가을은
솔내고 교정에 벌써 스며 들었고
가을 앞에 나설 아무런 준비도 못했는데,
손님 같은 시간은 이미 두 해를 채워간다.
정 둘 곳 혹시 있나 두리번거리지만 소리 내는 건 그 무엇도 찾을 수 없다.
늦은 오후 누워 가는 10월 끝 햇살과
그리고, 그래서 붉게 눈부신 잎파리들만.
고창 초입의 어느집 담을 대신한 측백나무를 뒤덮은 유홍초 빨간 점들
* 아래 이미지들 : 솔내고 앞뜰에서.
교문 옆 옹벽으로 드리워진 덩굴사철
전 체육고 뒷담장 노릇을 하던 철판 가로막이가 아직도 싸늘하게 건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