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트의 포켓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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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쏘맥 한 잔 하다.





내게 있어서 '쏘맥'을 한다는 건,
알아서 안주 차려주는 영업집에 가서 마시고 지불할 만 원의 여유, 혼자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 술과 안주가 떨어질 때까지 혼자 할 수 있는 '생각거리'의 여유, 그리고 문밖으로 나설 수 있는 反귀차니즘의 절실함...
이 네 박자가 맞아 떨어지거나, 이 네 가지가 모두 요구되는 '공황'이 닥친 때라는 걸 의미한다.

조미료 섞이지 않은 순수하고 수수한 산채에 감동할 때가 있고, 가끔은 그냥 앞에 있어서 입에 집어넣은 '초등학교 앞 문구점의 불량(?)식품' 같은 정체 모를(나름의 존재감은 분명 있지만) 마른 과자의 단맛 하나에 감동적으로 끌리기도 한다.
그 두 감정이 언제 서로 바뀌는지, 어느 때 각각 다가오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배고파서 저녁식사 대용으로 시킨 '수제 오뎅과 파인애플'이 아니라 기본으로 깔리는 마른 안주 접시에 담긴 조그맣고 마른 과자가 아주 입에 딱 맞다.

참, 엊그제 짬을 내 긁어 둔 로또가 어찌 됐으려나? ..라는 생뚱맞은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은, 아마도 요즘 돈에 되게 궁하거나 분수에 안맞는 욕심이 생겼나 보다.
되면, ... 뭐하게??

아.. 뜰 있는 집으로 가고 싶어라...!

이사한지 겨우 1년 됐음에도 불구하고 또 이사를 감수하려 들 만큼 '뜰' 욕심이 난다.








낮에, L마트 푸드코트에서 짜장면 시켜 먹고 있으려니 꼬마 둘이 들어 온다.
그중 큰 놈이 아니라 작은 놈이 먼저 자리를 잡고 외투를 벗더니 마주 앉은 큰 놈(아마 형이겠지..) 옆 빈자리로 가서 의자에 걸쳐 놓는다.

식사 때에 거추장스러울 외투를 벗도록 권유 받을 나이로 보이는데도 알아서 벗고 또 알아서 벗은 옷의 자리를 잡는다. 대견하다. 근데, 제자리 옆의 빈의자가 아니라 형 옆의 빈자리에 놓는다. 누군가 더 올 것이고, 그 사람이 제 곁에 앉을 거라는 계산이 벌써 서 있는 거다. 얄밉기도 하다.
뒤이어 방금 계산을 끝낸 듯한 장난감들을 들고 나타난 어른(그 애들의 아빠겠지 싶다), 자동으로 당연히 작은 놈 곁에 앉는다. 성공이다 작은 놈, 아빠를 제 곁에 앉히는 것! 작은 놈이 상당히 주도적이다. 구입한 물건에 대해 하는 말도 묻는 말도 많다. 오늘이 그 작은 놈 생일이라도 되는 걸까... 아니면 제 욕심에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아직 어리기만한 꼬마일까...
형과 서로 다른 음식을 주문하고, 시키지 않아도 손을 씻고 오고, 손 씻다가 옆의 급수대를 보고서는 물컵에 물을 담아 가져오기까지 한다. 제 키에 적당하지 않은 높이의 식탁 위를 요령껏 누비는 몸짓.
삶의 방식에 왕도가 따로 있을리 없고 성격의 유형에 등급을 매기는 기준 또한 있을리 없지만, 난 단지 그놈 보다 많이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내 잣대를 고놈에게 들이대고 꼬마는 제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엿보이고 평가당한다.

어쨌거나 나는 그놈을 내 입맛대로 '평가(?)'했다. 그리고 결론은 그놈이 좋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서 뭔가를 하고 상황을 제게 맞도록 끌어가는 자세가 좋다, 물론 그 나이를 감안해서.(살다보면 사실, 상황을 제게 맞게 끌어가는 자세가 좋을 수만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낫다.)

문득 떠오르는 또 하나의 [내 맘대로 잣대].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굳이 고집해서 저질러 놓고도 마무리는 혼자서 하지 못하는, 그럼에도 항상 '이유있는' 삶. 자기 감정에 충실할 때 부딪히게 되는 현상들과 '자신' 사이의 불균형. 정말로 외면하고 싶을 만큼 부담스럽다. '나'와 다른 '누군가'가 조화롭지 못하다면, 거창한 사회적 원인말고 남은 이유는 단 하나, 서로의 습관 차이일 수도 있다. 성격 차이가 아니라 그보다 더 무서운 '습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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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1 03:30 2010/01/11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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