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아름답던 추억도 괴로운 이야기로 사랑의 상처를 남기네..."
무심코 읊조라는 김수희 노래 한 구절.
졸업식장. 400명 가까이 되는 졸업생에게 일일이 졸업장을 전달한다. 의미와 형식의 균형에 대하여 생각해보던 날.
신입생 또는 새 학급생 구성에 대한 설렘으로 시작하여 학급을 또는 학교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으로 끝내는 한 바퀴를 주기로 갖는 곳이 학교이고, 학교에 몸담은 이상 그 주기를 벗어날 수 없을 거다 라던 관념한테 보기 좋게 배반 당한 지난 해에 이어 올 2월도 내가 설 자리를 만들지 못했음에 '관객' 정도 마저도 할 수 없어서 애꿎은 커피믹스만 대여섯 봉을 들이켰다. 1만2천여 곡을 뒤적여서 12곡의 목록을 만들기도 했다. 식장 바로 옆의 미술실에서 그렇게 졸업식 시간을 보냈다.
일반계고 미술과 교사에게 졸업식날은 어떤 의미일까. 어느 반은 학급담임 조차도 '마지막 종례'를 할 수 없었다는 졸업식날이 1, 2학년 수업이 전부인 미술과 교사에게 어떤 무게로 다가와야 하는 것일까. 그냥, 그저 백운의, 동향의, 남중의, 풍남의, 인월의 그 애틋한 아쉬움과 간절한 기도가 '지나면 괴로운 혹은 슬픈 아름답던 추억'일 뿐일까.
많은 걸 기대하며 시작할 다가오는 3월이 살짝 두려워지기도 한다. 잘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생각 만큼 될까,라서 그렇다. 올 한 해를 마치는 내년 2월엔 내가 전체반을 만난 첫 학년이 졸업을 한다. 그때엔 그들만의 리그에서 나도 함께 아쉬움과 벅참이 버무려져 눈시울을 붉히며 가장 멋진 잔치에 동참할 수 있을까.
때로는 쉽게 잊혀질, 누군가에겐 가슴 아픈 기억이 될 그날에 난 그 누군가에게 정말 위로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