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트의 포켓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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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와 1, 또는 2001과 2010



1990, 1993, 1996, 1999, 2001, 2002, 2005, 2010



(비록 갓 지난 한 달, 3월 말이지만) 올해처럼 벅찬 시작이 있었던 해를 꼽아 본다.



별 것 아닌 네 자리 숫자일 뿐인데 년도마다 줄지어 떠오르는 그 놈들 얼굴은, '슬라이드 쇼'가 따로 없다.
회상, 혹은 기억이란 신통한 것이어서 눈 앞에 스쳐 지나는 얼굴마다 또랑또랑한 말소리도 함께 울린다.

참 희한한 일이지...
눈 앞 허공에 그려지는 얼굴들이 죄다 웃고 있는 모습인 것은.

문득 적어놓은 년도들 행간에 끼어있는 섭섭해하는 얼굴들을 알아채고는 순간 그들에게 미안한 맘이 드는 것은, 그 숱한 이름과 얼굴들을 모두 되살릴 만한 추억이 있었던 까닭에 짙은 축복이며, 그래서 소중한 행복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유난히 2와 1이 튀는 것은,
2001년이, 2001년의 아이들이 무척이나 깊이 들어와 있고 그 존재감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한데, 올해, 2010년이 꼭 그럴 것 같은, 기분 째지는 조짐이 들기 때문.

지금은, 적어도 홀로 오뎅국에 쏘주 한 잔 들이키는 이 순간만큼은, 예전 한 친구의 핀잔을, '니가 진리냐? 사사건건 모두 짚어 안내하고 모두를 끌어가게..."라는 뜨끔한 질타를 잠시 못들은 척 하고 싶다.

그때는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학급에 나서던 내 모습에서 안쓰러움을 보았다.
마치 삶의 정답이라도 알고 있는 것처럼 조언을 서슴치 않았고, 내 잣대에서 벗어나면 곧 바로 충고하기를 당연시 하던 나. 그런 내 모습을 친구와의 한 잔에서 홀딱 벗기운 거다. 게다가 그 '친구' 란 사람도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이였으니, 그의 '니가 진리냐?'라는 낮은 목소리 한 줄의 충격은 정말 컸다.
나름대로는 자부할 게 좀 있노라고 큰 소리 치며 산 내가 옹색하게 '변명'을 꾸렸을 정도니까.
어쩌면 아이들 앞에서는 항상 '옳아야 한다'는 강박에  휘감긴 때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수 있으면 그래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갖고 있다. 다만 그때와 다른 건 나도 '사람'인 걸 아이들도 안다는 것.

어쨌든, 그 모든 기억들을 딛고 서서 지금 난, 또 하나의 가슴 뻐근한 행복이 내게로 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내일은 급조한 학급 단합대회날이다. 어쩌면 준엄한 대한민국 일반계 고교 양식에 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쏘맥을 하던 평소와는 달리 이번엔 '그냥 쏘주'다.
쏘맥이 상당히 빠르게 올라와 볼펜을 끄적거리는 속도가 못따라가길래 선택한 음주형태인데, 결론은,

쏘주나 쏘맥이나 결국 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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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3 01:34 2010/04/03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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