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트의 포켓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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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아주 소소한, 그리고 간절함



이상하지...
쉰을 앞두고도 스물처럼 사는 것이,
이제서야 별을 세는 것이,
똑같은 '술'을 먹고도 취하지 않는 것이,
깊히 마음이 패여도 멀쩡할 수 있는 것이,
난 마르는데 몸무게는 그대로인 것이,
이상하지...

왜, 난 남들과 다를까.

소소한, 아주 소소한..., 그리고 간절함.

발이 보인다. 그거시 무슨 발이든 나 그 눈치보느라 걸음을 다 잡고
오랜만에 찾은 쏘맥집(아니 '동아리'), 첨으로 기본안주에 번데기가 딸려 나왔다.
청양고추 맛이 더해지니 별미인데, 남들은(번데기 못먹는) 이 맛 알까..

본안주 시키면서 추가로 시킨 번데기.
다시 가득 채워진 접시엔 청양고추와 번데기가 흠씬 버무려져 있다.
마치 다른 손님들이 남긴 안주의 '재활용'일 것 같은 느낌.
맛이 뚝 떨어진다.

문득 그놈, 시승이 생각이 난다.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놈, 왜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인연이 독특했던,,,
묘하지.. 그렇게 보낸 두 번째라니... 한 놈은 스스로가 작정해서, 한 놈은 피하지 못해서.
근데, 따져보면 결국, 두 놈 다 피할 수 없어서 간 거다.

죽음이 준비된 하나는 말끔이 정리되어 있고, 정리할 틈조차 없었던 다른 하나는 이제 그의 지인들이 정리해간다.



예의상 시킨 계란말이가 받고보니 엄청 크다. 싸달라면 싸줄까? 싸가면 낼 아침이 되고도 남겠는데.
흐르는 노래는 슈쥬의 '미인아'. 이쯤되니 울반이 떠오르고,,, (... 고놈들!ㅎㅎ)
연이어, '동이'에서 씨익 웃던 연잉군 금이의 얼굴도 떠오른다.

소소한, 아주 소소한..., 그리고 간절함.

어쩌면 2학기에 내가 변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적극적인 그놈들, 뒤에 1학년 때문에 잘못 끼워진 단추로 남게 해선 안되잖아.
내가 식었을까, 변했을까.. 나도 나이를 먹는 걸까.
나이는 상관없겠고, 마음의 문제인 갑다.

주량이 여기까지인듯,, 소주 하나 맥주 둘, 섞어 마시니 알딸딸!
마침내는 계란말이를 싸온다. 먹을 요량이 아니라, 예의상 시킨것이니 아침거리로라도 써야지.
비틀거리는 발길 흔들리는 밤길도 좋다.
내곁에 왔다가 되돌아가는 택시의 뿔난 엔진소리도 좋다.
새벽 한시가 넘은 이 시각도 좋다.
지각?? 낼 아침까지 쫌 더 긴장하면 돼, 까짓거~
흔들흔들 취한 나 스스로도 알고 남는 갈짓자 걸음, 하지만
누가 알랴, 다들 잠자리에 들 시각인걸, 가로등이 아니고서야...

소소한, 아주 소소한..., 그리고 간절함.

그는 퇴근해서 이튿날 출근할 때까지 말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은현규!
현규는 제 이름의, 옅은 분홍 기운이 도는 살구색의 포근한 바탕에 간간히 빛나는 은색 반짝거림, 그리고 살짝 곁드는 청록빛 회색을 떠올리며 만족스러워 한다.

소소한, 아주 소소한..., 그리고 간절함.

어둠 내린 저녁 호숫가 카페, 제법 키 큰 나무들이 울쳐 둘러 서있는 데크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사방이 고요해서 더 세게 들리는 매미 소리. 현규는 문득 이 철 막바지 매미 울음을 떠올린다.
"이 밤까지 매미들이 발악을 하는 군"
'이게 매미 소리예요?'
"응, 무슨 놈의 매미가 해 저물고도 우네..."
"밤.."  
밤..까지 입에서 뱉어내고는 매미가 아니라 이맘 때의 상징, 풀벌레 소리가 맞을 거란 생각도 한다. 그러나 방금 전에 한 말을 정정하지 않는다. 고쳐 말할 타이밍도 놓쳤다.
한때 현규는 죽은 매미를 질투하기도 했었다. 그 장엄한 죽음, 숙명의 몫을 다하고 스러지는 위대함, 그땐 그것을 질투할 만큼의 열정이 있었다.

소소한, 아주 소소한..., 그리고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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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23:24 2010/09/17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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