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처럼 방울 물이 구르던 무광의 고운 잎빛도
보색을 절묘하게 버무렸던 봉오리 그라데이션도
황금빛 수술과 씨방의 여린 연두가 서로 빛나던 야릇한 속살의 설레임도
까칠한 돌기에 더욱 딴딴하던 줄기도, 이제는
모두 지나가 버린 것!
말라 비틀어져 꺾인 목이
일생에 단 한 번 마지막 제 발끝 향한
지난 한 해 벅차게 품었으므로
흰 눈 곱게 두른 발판을 위로 삼으면
쳐박혀 썩어감도 서럽지 않을 듯.
찬란함이 바래진 겨울 갈빛은
흰 눈이 차라리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