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트의 포켓카메라 agtae.com     

글 카테고리 Category 최근에 올린 글 RecentPost 최근에 달린 댓글 RecentCommant

목욕탕 제3화: 관조적 소유욕



온탕 안에 들어서려는데 가까이 들어 있던 아저씨가 길을 막는다.
"여기, 뜨거운 물 조심허쇼..."
뜨거운 물 꼭지를 틀었으니 저쪽으로 조심하여 돌아 들어오라는 얘기다.
'그것 참.. 고온탕에 들것이지 꼭 저온탕으로 와서 뜨거운 물 트는 사람이 있단말야...'

꼬마 둘이 들어온다.
물이 뜨겁다고 느꼈는지 한 놈은 멋적게 다문 입으로 슬금 웃고
다른 놈은 눈이 커지며 호들갑스럽게 들어와 앉았다.
곧이어 들어온 두 어른과 넷이서 두 쌍동이처럼 앉은 걸 보니
표정이나 앉는 모습이나 정말이지 씨도둑질 못하게 생겼다.

그 꼬마들.. 생각보다 뜨거운 탕속으로 들어오면서, 또 들어와서 하는 짓들이
천진하여 귀여운데... 난 그것을 멍하니 넋놓고 바라본다.
호들갑스런 놈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겸연쩍게 씨익 웃는다. 에고- 이쁜 것..
점잖음과 나잇값이라는 '사회화'에 덜 찌든 행동거지가 그들의 티없이 붉은 볼과 함께 생기로 다가와 사랑스럽다, 예쁘다.

편집증적 내 버릇이 또 슬금슬금 삐져나온다... 이 순간을 평생 갖고 싶은...
내가 그리스 신화의 한 설화속 주인공이었다면 프로이트는 이런 내 모습을 빌려 심리학적 기질 유형을 하나 더 늘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름하여 [관조적 소유욕].

이건 도대체 [관음]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런 꼬맹이를 두고 [동성애적] 코드니 어쩌니 따져볼 수도 없는 묘한 감정.
미소년이라면야 인류가 공인하는 매력이겠지만......
[미소녀]는 특별히 색다른 느낌이 없다고 느껴지는 건,
[소녀] 혹은 [女]라는 관념속에 이미 [미]라는 개념이 내포되어 있는 현실('꽃'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물려왔던; 아직까지는 [男] 보다 [女]가 더 고운...)에서 [미소녀]의 [미]는 있던 것이 심화된 정도니까 없던, 또는 있을 수 없는 것이 생겨버린 낯설음의 매력이나 성애감정의 반전을 제공하지 못한다.

반면 [미소년]이라 함은 [그냥 소년]에게서 익숙했던 매력, 또는 감정이 반전되어 [男]에게는 이성적인 동성에게서 이성애와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낯설은 매력을 발휘하고, [女]에게는 동성처럼 보일수록 더욱 더 이성임을 확연히 깨닫는, 역시 낯설은 이성애의 매력을 발휘한다.

진짜 그런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미소년]은 男女老小 누구나 사랑스러워 하고, 나아가 [男]이 [미소년]과의 관계를 동성애적 코드로 까지 발전시킨 전통은 저 아테네 학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미소년도 아니고 저런 꼬맹이를 두고 순간 일고있는 내 감정은 무어냐 말이다.
내가 좋게 느끼는 색; 티없이 깨끗한데 약간 상기된 볼 색과
내가 동경하는 [자신의 행위에 밝게 몰입하는] 모양새가 거기 나타나서 일까...

소크라테스는 이런 나를 보고 그이 답게 묻는다.
[그대는, 그대에게 저만한 아들이 있었어도 저들이 지금처럼 예뻐보일 거라고 생각하나?]
[그대는 저 애들이 영원히 예쁠거라고 생각해...?]
[그대는 저 애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그 나이 먹고 그런 표정을 지으며 목욕탕에 왔을 거라고 믿는가...?]

[...???...]
Creative Commons License
2002/01/14 18:00 2002/01/14 18:00

top

About this post

이 글에는 아직 트랙백이 없고, 댓글 2개가 달려있고
2002/01/14 18:00에 작성된 글입니다.


: [1] : ... [41] : [42] : [43] : [44] : [45] : [46] : [47] : [48] : [49] : ... [60] :

| 태그 Tag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