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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봉 하나 바꿨을 뿐인데



3년전 이맘 때, 잘한 것도 아니고 후회할 수도 없는 일을 저질렀다.
아니, 분명히 잘한 것 같은데 후회도 막심한 일을 벌였다는 게 맞다.

인월에서 전주로 나오면서 예전 집이 좀 작다싶어 매물로 내놓고 원룸에 들었다.
저렴(?)하고도 넓은 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에 따라 과분한 평수지만 낡고 1층이어서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로 옮겼다.
막상 옮기고 나니, 적당히 맘에 들게 고쳐 살아야겠다는 다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보다 좀 작더라도 손댈 일 없는 새집으로 가야겠다는 새로운 욕심이 마치 오래된 숙원인 냥
온통 맘 속에 차올라 다시 이사,
일년 동안 무려 세 차례나 이사를 했고, 그러면서 없던 빚이 그것도 가진 것 보다 많은 양으로 생겨났다.

현 직장에 있는 동안에 청산하리라고 상환 기간을 짧게 잡았더니 매달 급여의 절반이 그리로 날아간다.
한 직장 22년차 답지 않은 생활을 하게 된 이유다.

그러고 나서 이 상황을 일거에 역전시키고픈 마음에 '로또'를 사게 된다.
(뭐, 예전에 3등 당첨 경험도 있겠다 4등은 수두룩하고..해서 당분간 로또 구입은 본전치기라 생각하며)
당연하게도 최근 2년간 로또 1등이 내게 올리 없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마음을 다잡고 실제 내꼴을 보니 우선 타고 다니는 자동차 관리가 개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여차하면 BMW X5로 갈아타려 했던 터이니..)
문짝 모서리 등 서너 곳은 녹이 슬어 있고 범퍼는 긁힘 투성이며 페달의 고무가 닳아 없어지고
기어 손잡이는 닳을 대로 닳아 손때 검게 문드러져 있다.
해서 로또 이후 제정신 차린 뒤 맨 처음으로 자동차의 기어봉과 페달 고무를 바꾸게 된다.
헌데, 기어봉 높이(길이)가 순정품과 같은 것은 이쁜 것이 없다.
그나마 좀 나아뵈는 건 6, 7cm가 더 높다.

"좋아, 이걸로 한다!"





여기서부터 묘한 변화가 시작됐다.
손가락 길이 만큼 길어진 기어봉의 동작 반경(수동 기어다)이 전 보다 두 배 가까운 면적으로 늘어났고,
그에 따라 내 팔이 훨씬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일까...
"시동 & 쓩~5단!"하던 운전 버릇이 매우 고상하고 부드럽고 느긋한 쪽으로 바뀌어 간다.
마치 범접하기 어려운 고급 세단을 모는 느낌이다.


웃어야 할까...
좋은 일, 잘된 일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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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7 01:18 2011/02/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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