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애는 열일곱 살이라 했다.
열일곱도 여린데 그만큼 마저도 안돼 보이는 앳된 아이였다.
자신의 향을 아직은 만들어 내지 못할 것 같은 그 나이에 그애는
무척 강한 향을 가지고 있었다.
숨막힐듯
얼어붙게 하는
순식간에 베이는 칼날처럼
무엇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이미 감전돼버린 그애의 향은
참으로 복합적인 것이었다.
장난스레 뱉는 말, 말투 속에 외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지함이 있었고,
또래 아이들이 견주어지지 못할 만큼의 깊이가 있었다.
모서리가 없어 보였고,
손바닥 마주치는 셈의 빠르기 또한 말 보다는 눈빛에 가까웠다.
주변의 아이들에게 곁을 내주는 아량과 자신의 고독을 슬그머니 가려두는 배려가
그애에게는 있었으며,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듯 보이기도 했다.
까르르 웃거나
겸연쩍은 미소에 곁들이는 히잉 단발 콧소리에
그애만의 습관이 돼버린 몇 종의 어구들이 뱉어지는 입에
간간이 묻어나오는 해맑은 어린애의 귀여움!
솜털도 채 갈지 않은 뽀송한 피부 같은 풋풋함!
그런 그애가 앞을 스치며 지날 때 흩뿌리는 땀 냄새는 그래서 따라올 바 없을 강한 향이 되고,
난 찰나에 코를 베이고 마음도 베였다.
아주 더 어릴 적,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도 또 그 감정의 이유도 모를 때에,
숨이 멎게 눈부셨던 한 아이 이후 처음으로 갱신되는 중독의 무게.
그래, 생애 최고치의 중독제를 그때 맞아버린 거다.
사실, 그애가 그냥 좋았다.
굳이 뭐가 좋은지 따져보려 해도 주절거려질 뿐 명쾌한 이유를 댈 수 없었다.
그게 사랑이라 할 수 있는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지만,
온종일 가라앉지 않는 열병임은 분명했다.
훌쩍 지나온지 20년도 더 된,
그러나 당시 하루 스물네 시간을 모두 그려내라 하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그 날들의 짙은 생생함, 살짝 스치기만 해도 단번에 고개를 뒤로 돌려채는 그 향기.
유년의 기억 같은 아련하고도 애틋한,
편지지 위에 쓰던 펜을 내려놓고 잠시 눈길 돌리던 허공 같은,,,
아직도 결코 덤덤해지지 않는
불안한 사랑이었다.
열일곱도 여린데 그만큼 마저도 안돼 보이는 앳된 아이였다.
자신의 향을 아직은 만들어 내지 못할 것 같은 그 나이에 그애는
무척 강한 향을 가지고 있었다.
숨막힐듯
얼어붙게 하는
순식간에 베이는 칼날처럼
무엇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이미 감전돼버린 그애의 향은
참으로 복합적인 것이었다.
장난스레 뱉는 말, 말투 속에 외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지함이 있었고,
또래 아이들이 견주어지지 못할 만큼의 깊이가 있었다.
모서리가 없어 보였고,
손바닥 마주치는 셈의 빠르기 또한 말 보다는 눈빛에 가까웠다.
주변의 아이들에게 곁을 내주는 아량과 자신의 고독을 슬그머니 가려두는 배려가
그애에게는 있었으며,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듯 보이기도 했다.
까르르 웃거나
겸연쩍은 미소에 곁들이는 히잉 단발 콧소리에
그애만의 습관이 돼버린 몇 종의 어구들이 뱉어지는 입에
간간이 묻어나오는 해맑은 어린애의 귀여움!
솜털도 채 갈지 않은 뽀송한 피부 같은 풋풋함!
그런 그애가 앞을 스치며 지날 때 흩뿌리는 땀 냄새는 그래서 따라올 바 없을 강한 향이 되고,
난 찰나에 코를 베이고 마음도 베였다.
아주 더 어릴 적,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도 또 그 감정의 이유도 모를 때에,
숨이 멎게 눈부셨던 한 아이 이후 처음으로 갱신되는 중독의 무게.
그래, 생애 최고치의 중독제를 그때 맞아버린 거다.
사실, 그애가 그냥 좋았다.
굳이 뭐가 좋은지 따져보려 해도 주절거려질 뿐 명쾌한 이유를 댈 수 없었다.
그게 사랑이라 할 수 있는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지만,
온종일 가라앉지 않는 열병임은 분명했다.
훌쩍 지나온지 20년도 더 된,
그러나 당시 하루 스물네 시간을 모두 그려내라 하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그 날들의 짙은 생생함, 살짝 스치기만 해도 단번에 고개를 뒤로 돌려채는 그 향기.
유년의 기억 같은 아련하고도 애틋한,
편지지 위에 쓰던 펜을 내려놓고 잠시 눈길 돌리던 허공 같은,,,
아직도 결코 덤덤해지지 않는
불안한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