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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물뚝심송의 젓갈이야기




'딴지'의 필진 중 '물뚝심송'님의 글,
그의 트위터를 팔로우하면서 그의 매력 중 하나로 '먹을거리에 대한 통찰을 완비하였음'을 알게 됨.
[원문 보기 : 물뚝심송 블로그 - 젓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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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6일 월요일 젓갈에 대하여(* 하도 오래전에 써서 언제 썼는지 기억도 안나는 글이긴 한데, 검색해보니 나와서 다시 옮겨봄. 사진이 다 없어져서 사진은 적절하게 훔쳐다가 다시 붙여놓음 *) 우리의 음식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음식은 그냥 배고프면 먹고, 그냥 굶기 싫어서 먹고, 이렇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우리 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 중의 하나를 모른 척 하는 우를 범하시는 겁니다.

요리하면 프랑스와 중국이 떠오릅니다. 유럽에서 최악의 요리는 영국요리라고 알려져 있죠. 독일은 그나마 소시지와 맥주가 있습니다. 프랑스와 중국요리는 나름대로 유사한 점이 많은 듯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재료가 기상천외한 요리가 많다는 점에서.

세상에 잡기도 힘든 그 곰의 발바닥을 먹는다거나 제비가 지은 집을 요리해 먹을 생각을 정상적인 사람이 할 수 있겠습니까? 떼놈들, 달팽이도 마찬가지죠. 주면 먹겠지만 뭐 그리 땡기는 재료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 대목에서 철 지난 유머 하나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다도시와 로버트할리가 개고기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다 : “어떻게 개를 먹어요"

할리 : “을마나 맛있는데예. 함 묵어 보면, 그 맛 못있지예. 그러는 프랑스 사람들은 달팽이 같은 이상한 것도 먹잖아예"

이다 : “개는 우리의 친구잖아요"

할리 : “달팽이도 우리의 친구라예"

우리의 음식은 우리 선조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표현해 준다는 점에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눈물 나는 음식도 많습니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다식 있죠? 그 다식 중에 송화가루로 만든 다식 있습니다. 만들기 힘들고 해서 이제는 보기 힘든 음식이지만, 그 송화가루를 모으기 위해서, 양반집 제사상에 한 귀퉁이에 올라가는 그 작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소작농의 아이들이 산에 올라 솔잎에 찔려가며 꽃가루를 털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걔들 부침개하나 못 얻어 먹을텐데.

먼저 김치를 보죠. 김치는 우리의 대표음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딸네미가 김치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회유와 협박과 공갈을 했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배추김치, 동치미, 총각김치(이건 여자애니까 당연히 좋아하나?), 거기에 탁 쏘는 향이 일품인 순무김치까지 좋아합니다. 솔직히 순무김치 뭔지 모르는 분 있죠.

그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게 뭐겠습니까? 젓갈이지요.

젓갈 얘기를 하려면 두장류 음식문화권에 대한 얘기가 먼저 나와야 합니다. 두장류는 콩을 발효시킨 음식을 얘기하죠. 거의 한중일이 중심이죠. 물론 두장은 아니지만 염장에 가까운 음식은 베트남의 넉맘 등도 포함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콩으로 만든 장은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됩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 막장, 토장, 쌈장 등등 한이 없습니다. 이 모든 음식의 기본은 콩입니다.

물론 강화도 등지에 가면 콩이 아니라 생선을 이용해서 만든 간장이 있습니다. 이건 베트남의 넉맘과 제조과정이 비슷하더군요. 한번 먹어보면 콩으로 만든 간장을 못 먹는다고 할 정도로 맛이 있습니다. 생선 비린내를 떠올리시면 곤란합니다. 제조과정은, 우리의 음식들이 모두 그렇듯이 손이 보통 가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삶은 이러한 장류에 근본을 두고 있습니다.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얘기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니죠. 장을 제대로 못 담글 정도로 바쁜 집안은 분명히 무슨 우환이 있다는 거죠.

그런 장맛에 더해 젓갈이 등장합니다. 생선은 아주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긴 하지만 보관이 무지하게 어려운 음식이죠. 그렇다고 지혜로운 우리 민족이 포기하겠습니까? 그래서 바로 젓갈이 등장합니다.

오늘 얘기할 주제에 겨우 다가왔습니다. 새우젓, 어리굴젓, 갈치속젓, 전복속젓, 토하알젓, 그리고 가자미식해가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젓갈의 대표선수들입니다. 보너스로 어란을 포함시키겠습니다.


새우젓


요즘은 아예 김장을 안하는 집도 많습니다. 저 이거 무지하게 불만입니다. 김장독을 파묻을 구덩이를 파고 나서 아낙들이 방금 담근 김치속에 생굴을 얹고 돼지고기 수육을 더해 잘 담근 약주와 함께 먹는 맛은 지상의 천국입니다.

맛의 키포인트는 김치독 구덩이에 있습니다. 노동없는 밥은 없다는 평이한 진리가 아니라 ‘노동이 밥을 얼마나 맛있게 하는가’라는 측면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 안하고 먹는 밥은 절대 맛없습니다. 이건 정치적인 진리입니다.

그 김장을 할 때, 새우젓 없이 할 수 있습니까? 멸치젓, 까나리액젓 등을 많이 쓰기도 하죠. 그러더라도 하다못해 생새우라도 몇 마리 안들어간 김장김치는 저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새우젓은 부천이 유명하죠. 일제의 무기고로 쓰이던 동굴들이 부천지방에 많이 있습니다. 그 동굴을 현명하게 새우젓 발효장으로 쓰는 정도의 머리를 가진 민족은 우리밖에 없습니다. 한편으로 보기에는 슬픈 얘기죠. 토굴 새우젓, 정말 맛있습니다.

그 밖에도 새우의 종류나 만들어진 계절에 따라 육젓, 오젓, 세하젓, 추젓, 자젓 등으로 분류됩니다. 보쌈먹을 때 새우젓 찍어 드시죠? 그 새우젓, 라면같이 쉽게 만들어지는 거 아닙니다. 귀중한 우리의 문화입니다.


어리굴젓

굴은 정말 특이한 음식입니다. 이 대목에서 또 유머 하나.

프랑스에서 두 친구가 굴이 정력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하고 듣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없던 친구는 결국 커다란 굴을 12마리나 먹고 말았죠. 그리고는 다음날 전화 통화를 하죠.

□ 굴 먹은 친구 : “굴이 정력에 좋다는 것은 거짓말이야."

□ 굴 권한 친구 : “그럴 리가. 자네 어제 12개나 먹지 않았나? 왜, 어젯밤이 별로 뜨겁지 않은 모양이지"

□ 굴 먹은 친구 : “내가 무려 12마리나 먹었는데 그 중에 효과가 있는 건 7마리밖에 안되던데"

19금 농담인가요? 죄송합니다.

선사시대 해안가에 살던 우리민족이 거의 주식으로 삼던 조개(증거: 조개무지)와는 또 다른 굴은 맛도 특이하고 향도 특이하지만 진정한 굴의 재발견은 어리굴젓에 있습니다. 적당히 삭은 굴에 깨끗한 고추가루양념을 버무린 어리굴젓은 천수만의 특산품 중의 하나입니다.

생굴이나 잘 양념된 석화, 적당히 익히고 각종 향료를 얹어 나오는 서양의 굴요리도 좋지만 저장식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향과 신선함을 유지하는 어리굴젓은 서양 사람들도 한번 먹어보면 놀라는 훌륭한 식품입니다.

한 번이라도 굴 요리를 먹어본 백인들은 잘 만들어진 어리굴젓을 맛보면 반드시 5키로짜리 한통 사갑니다.

갈치속젓

젓갈 이름이 속젓이면 대부분 내장으로 만든 젓갈입니다. 생선을 잡아서 살을 먹고 내장은 버리는 것은 전 세계적인 상식입니다. 그 상식을 무시하는 민족은 거의 우리민족밖에는 없죠. 바다표범을 잡아서 간을 제일 먼저 먹는 에스키모도 우리민족의 사촌쯤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서남해에서 많이 잡히는 싱싱한 갈치의 내장을 모아 염장해서 만든 갈치속젓.차가운 겨울날 햅쌀을 잘 씻어 죽을 끓입니다. 옆에는 고추가루를 아끼지 않은 배추김치 한 보시기에 갈치속젓을 얹어 놓았습니다. 죽 그릇에는 잣을 세알 정도 띄어 놓고 실고추로 색을 냅니다. 이건 남도에서 환절기 몸살을 앓고 일어난 노마님께 대접하는 최고의 회복식입니다. 그 한 끼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서는 몇 달 동안 서너 명의 사람들이 최고의 정성을 다해서 준비해야 하는 그야말로 귀중한 음식인 것입니다.맛은? 알아서 생각해 주십시오.

전복속젓

전복은 예나 지금이나 무지하게 비싸서 함부로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죠. 제주도에서 역시 전복은 심지어 해녀들도 맛보기 힘든(잡으면 작으나 크나 무조건 팔아야 하니까) 그렇게 귀한 음식입니다. 지리산 송이와 맞먹을 정도입니다.

그런 전복의 내장만 따로 떼어서 담근 젓갈이 바로 전복속젓이며 보통 "게우젓"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전복이 잡히는 양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제주도 전역에서 1년에 생산되는 전복속젓의 양이 500키로를 넘지 않아 팔지는 못하고 선주나 지역유지들만 겨우 맛보는 정도랍니다.

저는 행복하게도 제주도에 갔을 때 우연한 기회에 한 종지 먹어 봤습니다. 이렇게 귀한 음식이 100년 후에 한반도에 이어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얘기를 꺼내 봤습니다. 담그는 법이나마 잊지 말아야 할텐데.

토하알젓



토하는 민물새우 중에서 특히 작고 검은색을 띠는 새우의 한 종류입니다. 주로 오염되지 않은 논이나 논 옆의 개울에 서식하는 종류인데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답니다. 보통 새뱅이, 또는 또랑새우라고 불리우는데 민물새우 중에서도 그 수량이 적죠.

그 토하가 봄철에 알을 뱁니다. 그러면 논두렁에서 광주리로 새우를 떠내고, 그 새우 중에 새뱅이를 고르고, 그중에 알을 밴 놈을 고르면, 알을 눈꼽 만큼 따낼 수 있습니다. 숙달된 아주머니 대여섯 명이 하루 종일 잡으면 한 보시기정도의 알을 채취할 수 있답니다.

바로 그 알로 젓갈을 담급니다. 일단, 이거 아무나 먹겠습니까? 일제 때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자신의 농토를 순회했다는 대지주나 한 종지 먹을 수 있다는 전설의 음식입니다.

저는 그냥 토하젓은 먹어 봤습니다. 제게 그걸 먹게 해준 분의 말씀에 토하젓은 토하젓이 아니라 소화젓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그걸 한 숟갈 먹으면 그렇게 소화가 잘 될 수가 없어 토하가 아니라 소화젓이라는 거죠. 향은 미미하고 깨끗한 편이었습니다.

토하알젓.. 죽기 전에 한번 먹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얘기를 꺼내 봤습니다. 우리 민족, 진짜 징한 민족입니다. 그런 음식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가자미식해

(이 사진은 제가 직접 담았던 가자미 식해 사진입니다)

동해북부에는 차가운 해류가 흐릅니다. 그리고 해안가에는 모래밭이 주로 형성되어 있죠. 가자미는 그 모래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사는 물고기입니다.

가자미, 넙치, 도다리, 광어를 구분할 줄 아십니까? 가오리와 홍어도 구분 못하신다고요? 눈이 붙어 있는 방향으로 도다리와 광어를 구분하는 것은 아시죠? 주둥이를 보는 사람 쪽으로 돌려놓고 눈이 왼쪽으로 쏠리면 광어, 오른쪽이면 도다리입니다. 좌광우도.

넙치는 광어랑 같은 겁니다. 가자미는 도다리랑 유사하지만 더 넓은 명칭입니다. 가자미 중에 물가자미, 참가자미, 도다리, 노랑가자미 등등등 뭐 이런 식이죠.

그 가자미 중에서도 참가자미를, 참가자미 중에서도 크기가 어른 손바닥을 넘지 않는 놈을 잡아서 가자미식해를 만듭니다. 남한에서는 식해는 삭힌 물고기를 뜻하고, 식혜는 밥알 삭힌 것이 동동 뜬 감주라고도 하는 그런 음료를 말하죠.

그 가자미를 소금에 절입니다. 절대 물로 씻으면 안됩니다. 민물이 닿으면 바닷고기는 삼투압현상 때문에 살이 물러지거든요. 충분히 절인 후 꺼내어 지느러미와 아가미, 내장을 제거합니다.

그리고는 절인무, 각종 양념, 고슬고슬하게 지어서 삭힌 좁쌀밥과 함께 잘 버무려서 숙성시킨 후 꺼내어 먹는 것이 가자미식해입니다. 기존의 젓갈과는 달리 씹을 거리가 있고 고기가 있습니다.

이건 전통적인 함경도 음식입니다. 맵긴 하지만 절대 짜지 않습니다. 짠 가자미식해는 남쪽에서 어거지로 담근 유사품일 뿐이죠. 북쪽 출신 분들은 이 가자미식해를 안하면 한해를 보내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김장때 의례히 담가야 하는 음식이죠.

한겨울에 윗풍 쎈 방에 앉아 귀는 빨갛게 얼어가면서 얼음 떠있는 육수에 만 냉면과 가자미식해, 40도가 넘는 평양소주, 이것이 바로 함경도의 문화인 것입니다.


어란


3월에서 5월이면 참숭어가 산란을 합니다. 숭어는 참숭어가 있고 가숭어가 있는데 항상 그렇듯이 ‘참’자가 들어가는 게 훨씬 맛있겠죠? 그 때 숭어를 잡아보면 두 줄로 알이 꽉 차있는 것이 보입니다. 명태의 알, 명란보다 더 크죠.

얘기가 옆으로 새지만 일반적인 젓갈의 최강자 명란에 대한 얘기를 제가 안했죠? 그건 다들 명란에 대해서는 잘 아시기 때문에 잘난 척 하는데 도움이 안되기에 그런 겁니다. 호호호.그 숭어의 알을 터뜨리지 말고 잘 꺼냅니다. 그리고는 잘 담근 간장에 절이죠. 소금이 아니라 간장입니다. 그러면 어란의 색은 약간 짙은 갈색에서 검은 색을 띠게 됩니다.

그걸 꺼내어 맑은 샘물에 담가 씻고 그늘에서 말립니다. 그리고는 설탕을 섞은 참기름을 붓으로 잘 바릅니다. 또 말리고 또 참기름 바르고 또 말리고 또 참기름 바르고. 만들기 무지 힘듭니다. 그리고는 잘 눌러서 말립니다. 이제 알은 딱딱하게 굳었죠. 이것을 잘 드는 칼로 얇게 저밉니다. 그리고는 접시에 예쁘게 담죠.

이건 안동소주와 어울리는 안주입니다. 전통적인 양반가의 술안주가 됩니다. 상식으로 생각해 봐도 아주 고단백의 술안주가 되겠죠. 맛은 달콤하면서도 짭짤합니다. 물론 알이니만큼 고소한 맛이 강하죠. 우리 선조들은 우째 이런 음식을 만들어 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납니다.

뜻밖에 경상도 산청에 아는 분을 만나뵈러 갔다가 과분하게도 대접받은 적이 있습니다. 산골짜기 중턱에 있는 전통 한옥에 대청마루에 앉아 오월 초록의 산을 바라보며 집에서 담근 소주에 한잔 했습니다. 평생 못 잊을 만한 기억이라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숭어낚시를 가서 숭어 잡을 때마다 그 생각이 납니다.

이링공 뎌링공하여 맛있는 음식에 대한 생각을 대충 적어 봤습니다. 젓갈같은 음식은 사실 전 세계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우리의 귀중한 유산입니다. 베트남의 넉맘(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이 넉맘에 대해서 한번 또 읊어 보겠습니다. 대단한 음식이죠)이나 유럽의 치즈(이건 정말 체질에 안 맞습니다.)에 비교해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다양한 우리의 젓갈.

저는 그 젓갈들을 통해서 우리 민족의 지혜를 봅니다. 우리 민족의 풍류를 봅니다. 우리 민족의 치열한 생존 본능을 봅니다. 그리고 맛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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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4 00:12 2013/05/1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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