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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을, 솔내의 마지막 가을



 

학교 중정에서 늘푸른 주목이
'성탄절 트리'처럼 빨간 구슬들을 내어 달아
화려한 보색으로 눈길을 잡는 한 철,
그리도 무심하게 지나 보냈던 햇살을
한 개 두 개 챙겨 줍게 되는 지금
고들빼기의 마지막 여름도 햇살을 잡는다.
외졌음에도 그 어디보다 더 양지 바른 곳,
구 체육고 건물의 현관 포치 바로 옆에서
수백 개의 꽃을 바싹 마른 씨 다발로 키워 놓고도
마지막 몇 송이를 끝끝내 피우고 있다.

키가 훤칠한 미국가막사리도 제 곁을 스치는 막간의 틈에
한줌씩 집게가시 달린 씨앗을 박아 댄다.






늦은 오후 운동장에 지는 햇살이 내려
느티나무도 단풍처럼 붉어졌으니
며칠 전 푸르던 산수유 잎도 곧 제 열매처럼 빨개질 거다.




 

철이 바뀌는 건 언제나 눈 못 떼게 황홀하지만
이 가을은 휑~하니 졸업식 끝난 저녁교정 같다.

봄 가을이야 해마다 알아서 도는데
유난히 마음 쓰여 아쉬운 이 가을.

솔내고에서 맞는 마지막 가을이어서일까...

학교 구석구석 붉어져가는 색들은
내게 말이 없다.






작년 봄, 그러니까 거의 두 해 전에  교정 큰 나무들 근처에 자연발아한
고놈들 새끼들을 옮겨 와 교무실 그릇에 심었었다.
단풍나무 둘, 중국단풍 셋, 느티나무 하나,, 제법 잎 푸르고 그 해 가을엔
단풍이 들어 노란 잎 빨간 잎 하나씩만 덜렁 남기는 멋을 부리더니
이듬해 올 봄엔 앙증맞은 새순을
가만히 실내에 앉아서 맞게 해줬다.






다시 가을, 그런데 요놈들, 이번엔 단풍물이 안든다.
세상 순리가 뭐라고... 바깥 구경 없이 방 안에만 있어서
돌아온 찬바람을 전혀 모르는 거다.



(2층 1학년교무실 창밖은 이렇게 계절이 발가벗고 다가온다.)




당연하다.

봄 햇살에 간지러워도 보고, 타죽을듯 한여름도 보내 보고
다시 냉기 내린 가을 밤 그 싸늘한 달빛도 우러러야
겨울 얼음장을 견딜 수 있을 것.

그렇듯, 공립 교사의 지역근무도 돌고 돌고 또 돌아
새로 어디에선가 솔내고의 달콤함을 추억하다가
그곳에 온 정을 다 들일 즈음에
또 한 번 만기를 맞게 될 것을.




(여선생님이라 불리는 형님이 몇몇을 익산국화축제장에 집합시켰다. 국화보다 멋진 건, 질기지 않고 쫄깃한 돼지껍데기와 노란 이 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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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5 09:49 2013/11/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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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5 09:49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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