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트의 포켓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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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추모일에...



20021210, 음력으로는 117,
1898년생이신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나 돌아가신 날이다.
세기 셋에 걸쳐 104년을 살고 가셨다.
오늘이 2013128, 음력으로 116,
그러니까 열한 번째 돌아온 할머니가 살아계시던 마지막 날이다.
(9일 잠든 채로 10일 새벽 3시에 숨을 거두셨으니..)
(기제사 같으면 내일 00시(오늘 밤 12시)에 올리겠지만
집에서는 기일 전날 저녁쯤에 추모예배를 본다.)

소양 부모님댁에서 추모예배를 올리고 난 뒤
할머니 사진 앞에 커피 한 잔 놓아 드렸다.

90, 취직 후 첫 월급으로 빨간 내복세 벌과
당시의 ‘it item’카메라를 샀다.
카메라 값이 한 달 치 급여 보다 커서 당연히 월부로 샀던 FM2
천문학적(?월급 대비 비율이..) 후 비용을 들이며 필름 탐구에
몰입하던 때에, 수많은 피사체 중 하나로 할머니가 심심찮게 찍혔고
그중 한 장이 영정사진이 되어 이렇게 우리 곁,
커피잔 앞에 자리하고 있다.

,, 느그 아버지 커피 안타다주냐??”
, 할머니 한 잔 타드려??”

달착지근한 양촌리형 믹스커피를 좋아하시지만
당신 꺼 따로 한 잔 타달라는 말을 어려워하시던 할머니.





아서 아서,, 쭈그렁 할매를 멋헐라고 자꾸 찍어쌌냐...”
가만있어 봐, 할머니. 이쁘게 찍어줄게ㅎㅎ

그러니까 이 할머니 모습은 대략 아흔두 살 때인 거다.

그때만 해도 할머니 이는 여느 70대 못지않아 웬만한 섭생이 모두 가능했다.
근데 그로부터 십여 년 뒤 100수를 넘기면서 이가 하나 둘 빠져
위 아래가 톱니처럼 듬성해졌고 자꾸만 볼 안살이 깨물리거나 씹혀
매일 같이 서너 곳씩은 생 상처로 헐어 있곤 했다.
혓바늘 못지않은 가시를 서너 개씩 입 안에 머금고 사는 것이니
고통과 불편함이 오죽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고작 오라메디를 사다가 발라드리는 일 뿐이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그게 효험이 썩 좋았다는 것.
별 다른 수 없이 할머니가 끼고 살았던 오라메디
내 할머니 기억의 한 칸을 버젓이 차지했고,
지금도 또 한 놈이 내손에 들려 있다.





군대에서 또 어디에서
세 아들은 모두 할머니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뒤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온전히 딸과 사위가 모신다.
고창 광산김씨 선산에 맨몸으로 올라도 숨이 가쁜 오르막 비탈을
300여 미터 끊임없이 올라 맞는 양지에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그의 맏아들 묘소가 있다.

올가을에도, 낼모레면 팔순 될 사위가 예초기를 지고 올라
말끔히 벌초를 했다.
산 화재 후 제일 먼저 들어 온 고사리는 어째 해마다 키가 더 커진다.

사위의 땀범벅 효심을 받는 할머니는 행복하실까...
아니, 그런 남편이 곁에 있는
우리 어머니가 복 받은 것일지도.




하산길, 빗물에 굵게 패인 비탈에 뿌리가 드러난 붉나무 하나를
잡아채어 와 집 화분에 옮겨 심었는데,
두어 달 되니, 죽은 듯하던 그놈이 슬슬 움을 틔운다.
새끼손톱 반의반만 한 새순이 삐죽 나온 날, 바로 할머니 기일이다.

선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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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9 21:36 2013/12/0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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