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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의 잡담들




현우가 물었다.

- 자넨 가장 외로울 때가 언제인가?
  아니,, 외로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은규가 답한다.

- 외로움이라...
  얼핏,, 내가 혼자라서 그리 묻는 듯 한데,
  곁에 아무도 없을 때 느껴지는 고독함 보다는,
  어둑해진 저녁에 집에 들어와 불을 켜지 않고도
  소파에 드러누울 수 있으며,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각기
  저마다의 제자리에 있어 누구 하나 데려올 수 없으며,
  열어 둔 아파트 베란다 창틈으로 빗기 머금은 바람이
  소파에 퍼져 있는 내 어깨까지 다가올 때,
  낮에 떠올린 그 사람(그가 누구이건 간에)과
  각자의 당면한 일상이 거리로도 내용으로도 서로 너무 멀리서 벌어지고 있음을 문자로 주고 받으며,
  결국 애꿎은 화분들에 물기는 아직 적절한지 세탁기 안의 빨랫감은 지금 돌릴 만한지 따지게 되는
  이 저녁 시간의 느슨함인 듯 하네.


- 그래?
  자네도 훌쩍 나가 왁자지끌함 속에 버무려지는 것은 어떤가?


- 내가? 왜?
  TV 말고는 말소리가 남지 않는 집이라서 내 비록 귀가와 동시에 버릇처럼 TV를 켜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버릇일 뿐, 왁자함을 즐기진 않는다네...
  자네도 알지 않는가,,, 내가 젤 존중하는 행위가 '멍'때리는 거란 것.
- 순대국밥 6천원, 참이슬 3천원
  캬,,, 9천원이면 하루 저녁과 밤을 모두 모두 채울 수 있음.
  이 이상 보람된 지출이 있을까?
- 자네도 때 닿으면 시도해봐,
  퇴근 후 순대국에 소주 한 병 비우고
  취한 것도 아니고 안취한 것도 아닌, 개콘 꺽기도 같은 형편으로 차를 몰아 와 집 주차장에 대는
  아슬아슬한 희열과 뒤이은 침잠의 대비가 주는 경지...
- 외로움은 결코 적대시 할 게 아니라네..
  허긴, 우리 중에 외로운 게 뭔지 아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문득 보면, '외로움' 이 세 글자는 무지 단조롭고 단편적이고 몰상식하고 몰개성하고
  심지어 '저게 사람 감정을 대리하는 낱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딴 세상 말 같으이..
- 자, 아까 반주 하고 남은 참이슬 병이나 마저 비우더라고,,,
- 어이, 현우, 내가 말이 길었네,,,


- 사람 허고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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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8 20:48 2014/07/1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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