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트의 포켓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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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에 학교에서 : 노안



오랜만에 블로그 일기를 쓰려고 글 작성 목록을 보니
'비공개'글 하나가 눈에 띈다.
아마 적다가 만 9월 초 어느 날의 글이었을듯.




몰고 다니는 차가 고급차가 아닌데다 10년이 막 지난 구형이어서 스티어링휠(이하 핸들)의 겉 질감이
손바닥에 착 달라붙는 가죽이 아니라 거의 미끈한 저렴한 가죽 마감이다.
고속도로에서 나름의 정속(?)주행을 한답시고 ‘보드랍고 가벼웁게’ 한 손 조종을 하다가
휙 하고 핸들에서 순간 미끌린 적 있었다. 등골이 오싹 시큰해지며 손에는 식은땀이... .

그날 이후로,
어떻게 잡아도 핸들이 착착 따라오는(심지어 손가락 하나로 아무데나 대고 돌려도 오차 없이 따라오는)
핸들커버가 붙박이처럼 핸들에 둘러져 있다. 참 편하고 좋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철을 지나면 벗겨서 세탁을 해야 하는 위생문제가 있다. 아울러 그게 좀,, 귀찮다.
그때 때맞춰 위생과 귀찮음을 동시에 풀 수 있는 손 소독제 '데톨' 한 통이 공짜로 생겼다.
출근 후 학교 주차장, 차 안에서 잠시 뜸 들이며 앉아서 손 소독제를 듬뿍 덜어 핸들커버에 발랐다.
속까지 깊이 스미도록 넉넉하게 바르고 또 바르고. 이제, 퇴근 때는 좀 더럽긴 하지만 유해세균만은
'데톨'광고 대로 90퍼센트는 없어질 터, 개운하게 운전할 수 있겠다.

그랬는데,
뙤약볕에서 무려 아홉 시간이나 있었음에도, 핸들커버가 축축하다.
심지어 끈적거리기까지 하다.

아, 반년 전이 강하게 떠오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년 전,,,

피부가 대체로 건조한 편이어서 한여름을 빼고는 거의 일 년 내내 샤워 뒤 온몸에 로션을 바르는 나는,
바디로션을 매번 ‘-바른 뒤 끈적임이 없을 것, -보습이 오래 갈 것, -그리고, 향이 좋을 것’을 기준으로 고른다.
향이 좋다는 건, 향수 등과 같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은은하고 자연스럽거나 아예 무취인 것을 말한다.
은은한 로즈마리 향을 제일 좋아한다.

반년 전쯤 어느 날, 로션을 새로 구입하러 들른 가게에 전에 못 보던 용기의 로션이 보였다.
새로 나온 건가? 도톰하고 넓적하여 용량도 넉넉해 뵈는 펌핑용기에 담겨진 로션이 떠억!
죤슨 어쩌고.,, 네츄럴, 모이스쳐,, 등등만 대충 훑어 읽고는 바로 구입해서 가져왔다.
집에 와서 손등에 덜어보니 향이 거의 없다싶을 만큼 연하고 은은한 게 딱 좋았다.
근데, 좋아하는 '뽀송뽀송' 느낌과는 살짝 다르게 왠지 좀 끈적임이 있다.. 어라?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르고 나니 역시 뽀송뽀송!

처음엔 잘 몰랐는데,
사나흘 지나면서, 마른 계절도 찬 계절도 아닌데 몸 이곳저곳이 땡기고 껄끄럽다.
예전, 대중탕에서 때 박박 밀던 시절에, 어설프게 등 밀고 나오면 온몸이 건조해져 등허리가 땡기고 가렵고
따갑고 하던 그 느낌.  그럴수록 로션을 더욱 정성껏 듬뿍 쳐바르곤 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나...
왜 그럴까, 아무래도 안 되겠다, 로션을 바꿔야겠다 싶어 용기 겉에 적혀진 깨알 글자들을 살피는데
제대로 읽을 수가 없네.. 결국 폰으로 사진을 찍어 확대하여 읽어보니 그 내용이 아래와 같다.

세상에... 그동안 유아용 물비누를 발랐다니...
그렇게 열심히 씻고는 다시 비누를 발라 말렸다니... .


반년 전에 겪으며 어이없어 실소하고 말았던 그 일을 멀쩡한 차 안에서 또 저지른 거다.
이번엔 실소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정말로 민망해진다.





오늘 종례시간에,
반성하는, 아쉬움... 그런 마음이었다.

영어듣기평가 전날 교실 좌석을 시험대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종례가 늦어진 날.
시험대형으로 자리를 옮겨 배치하는 요령을 말해주고 칠판에 그림으로도 그려 놨건만
좀처럼 새 자리배치가 마무리되질 못한다.
아마도 그것은,
  1.웬만하면 자기는 지금 그대로 있고 싶어 한다.
  2.먼저 움직이지 않고, 남이 움직이고 난 뒤 생긴 가까운 빈 자리로 가려한다.
  3.교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원래 자리 근처에서 우왕좌왕한다.
  4.제대로 먼저 움직이려 해도 여기저기 막히는 책걸상 때문에 이동이 되질 않는다.
등의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어찌어찌 해서 자리가 정리되고 종례를 시작할 무렵 대뜸 내 말을 자르며 치고 들어오는 소리,
"왜 그렇게 말해요??“ 볼멘소리다,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도 아니다,,.
‘시간이 엄청 걸린다. 미리 알려준 대로 가운데 줄과 양쪽 끝줄은 앞뒤로 두 자리씩만 늘리고
사이의 줄은 좌우로 한 칸씩 움직여 합해주면(..어쩌고저쩌고..) 빨리 끝낼 수 있었을 텐데,
칠판에 그림까지 그려 놨잖아..’라는 ‘잔소리’를 끊는 거다.

내 말 아직 안 끝났는데, 왜 따지듯이 그러지?
내가 무슨 말을 더 할지, 어떤 뜻일지 너흰 아직 모르지 않냐,,,

"우리 보고 멍청하다는 거잖아요...“

... ... .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나는 자리배치를 늦게 끝낸 걸 탓하려는 게 아니라 늦게 끝날 수밖에 없어 보였던 위의 네 가지 이유를 들려주고
‘공감’과 함께 해당 행동들을 ‘지적’해주고 싶었는데, ‘서론이 길어 본론은 꺼내지도 못하고 잘린 꼴’이 돼버렸다.
매번 '상냥' 내지는 '친절'하게 내 속을 드러내며 설명해주고 싶지만, 급작스럽게 말을 끊고 끼어드는 상황에는,
그것도 막무가내로 뱉어내는 말에는 오늘처럼 다음 말이 막히곤 한다.
제 딴에는 그렇게 들었으니 화가 나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단 뱉어내고 보는,
그리고 아니면 씩 웃고 마는 그런 모습엔 말이 막힐 수밖에 없다.
-진정을 시키고 나머지 설명을 할까, -화를 내면서 혼내줄까,
-대뜸 끼어드는 애한테 그러면 안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대가며 점잖게 '쪽팔리게‘ 해버릴까... .
내가 찾은 정답은 ‘암튼 이 종례를 빨리 끝내서 애들을 보낸다, 뒷얘기는 내일 아침에!’이다.
100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60 넘게는, 늦어진 종례시간에는 어떤 말도 귀에 들어가질 않는다,
늦어진 탓이 무엇이든.


어쨌거나, 그런데,
이런 날에, 퇴근시간에 차 안에서 까지 별일이 생긴 것.
핸들커버를 다 풀고 있다. 묶은(꿰맨?) 실을 풀기가 귀찮아서 세탁도 포기하고 편히 ‘청결’하려다가
결국은 일이 더 늘었다. 다 풀고 벗겨내고 물걸레로 몇 번씩 닦고 행구고.


'노안'이란, 잘 보이지 않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눈이 무뎌진 게 아니라 신경이 무뎌진 것일 듯하다.
나이가 들면서 생겨나는 연륜, 원숙, 여유, 이런 것들이 아니라, 익숙함으로 여겨지는 무딤이나 무심함 말이다.
그런데 담임학급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놈의 무딤도 무심함도 죄다 어디로 날려먹고 날을 세우게 된다. ...... .




그래, 다 잊고,
요거트나 만들어 먹자!

애들이 안 먹고 버리는 급식 우유, 버리기 아까워서 몇 개씩 챙겨오지만,
그것이 어떤 땐 횡재 같다가도 어떤 땐 '거지' 같기도 하다.
아침에 우유를 직접 하나씩 책상 위에 배달해보기도 하고, 우유갑에 번호를 쓰게도 하고,
우유 안 먹을 사람을 물어서 다른 친구에게 나눠주기도 해봤지만,, 그 날 뿐이다.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열 개 가까운 우유가 그대로 배달통에 남겨져 수거된다.
그게 아까워서 이모저모로 쓸 데를 찾지만 그것도 매일 하는 것은 어려워 대충 모른 척 할 때가 많다.
그런 중에 가끔씩 싸들고 와서 요거트를 만들어 먹는데, 그 느낌이 묘하다.

횡재일까, 잔반처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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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31 23:12 2014/12/3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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