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를 옮기고 그곳에 적응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일거리에 익숙해지는 것만은 아닌가 보다.
30여 분씩 가고 또 돌아오는 한 시간 남짓 동안 매일 반복해서 만나는
출퇴근길 풍경이야말로 어쩌면 '적응'의 진짜 대상이 아닐까 싶을 만큼
많은 생각들이 그 짧은 시간의 풍광에 쌓여 간다.
외곽에 사는 덕에 아파트에서 나와 10여 분만에 도심을 벗어나 만경강 뚝길을 만나고
삼례 우석대 앞을 지나 왕궁을 스쳐 '석암로'에 들어서서
편도 1차로 길에 차를 맡기고 40~60km/h로 서두름 없이 따르다 보면
주변 너른 논들이, 안개가, 젖은 시골도로가, 전봇대들이, 유난히 깨끗해 뵈는 흰 차도,,
앞창 너머로 눈에 쏙쏙 들어온다.
출근 때 퇴근 때가 다르고, 날씨, 시간, 계절이 달라지며 그려 내는 무수한 장면들이
내가 세지도 못하는 동안 모여 한 해를 채우고, 이제는
'옮겼다'가 아닌 온전한 근무지로 익숙한 일상을 만들어 놨다.
하얀 겨울 아침, 막 떠오른 해를 마주보는 서쪽 하늘의 엷은 무지개빛 회색(1200x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