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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의 6년을 마치며..



모두 다 잠든 밤 홀로깨어 한 잔 술에 젖어 편지를 쓰라...고,
그래서 유치찬란한 마음을 가리지 말라...고,
사랑하는 이에게라면 그렇게 쓰라...고 누군가 그랬죠...

해서, 싸늘한 밤 기운을 스쳐지나 아직 문 닫지 않은
집 앞 호프집에서 술 한 잔 청했습니다.
마지막손님이 나가버린 빈자리의 전등과 나만 남았더군요.
취하면 말문이 아예 닫힐까봐 보배20을 시켰지요.

최고로 유치한 고백을 해보려고 늦은 밤에 술 한 잔 걸쳤는데
오히려 말똥 말똥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 더 또렷이 떠오르는 건,
설사 "사랑하는.."이란 말이 상투적인 미사구라 해도 그동안 스친 많은
인연의 크고 작은 정들이 마치 짝사랑할 때처럼 안타까운 그리움으로
간절히 스미는 "지금"이기 때문이겠지요.
○○이, ○○, ○○, ○○이, ○○, ○○이... ... 소중한 많은 이름들,
자꾸만 눈에 밟히는 얼굴들이 이제는 더 넓은 세상으로, 또는
새로운 인연을 엮을 새 세상으로 옮겨가야함을 잘 알기에
나 또한 유치찬란한 고백 대신 앙칼진 작별을 여러분에게 고하려합니다.

잊겠습니다, 잊어야지요... 여러분을 잊어야 또 다른 친구들의 곁에서
그들을 한껏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주고받은 만큼 이상으로 새로운 인연에게서 사랑을 주고받으려면
여러분도 나를 잊어야하고 아마 잊게 될겁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내 마음에 담아둔 이 시간
여러분의 스냅은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 내 가슴에 있다는 것.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때, 그 때는 한층 더 단단하고 멋진 스냅을 서로의
가슴에 박아둘 수 있을 것임을 나는 믿습니다.
공유할 추억이 있을 때 의미가 되는 저 바다처럼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이
우리의 미래에 의미를 더할 것임을 나는 믿습니다.

언제든 당당하게 다시 만날 수 있기 위하여... 여러분,
항상 건강하세요!
그리고 가끔씩 서로 생각이나마 나는 우리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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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1 00:17 2002/02/2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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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1 00:17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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