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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 옆 학교, 교무실에서...



엇, 비다..
비가 오나보다.
해질 무렵 운동장은 비가 올 듯 더 빨리 어둡고
애들이 오지 않아 종일토록 고요하던 교사에 불을 켜니
땅거미와 함께 내리는 빗방울 보다 더 을씨년스럽다.







내 자리...
형광등에 퍼렇게 빛이 나고 수선스럽기는 여전한데.. 문득
무엇인가와 닮은꼴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포토샵 책을 펴놓고선 월간미술을 읽으며 이메일을 확인하는,
그러면서 동시에 마셔댄 자판기 커피의 저 종이컵들.
그 와중에도 시든 허브가 안쓰러워 물을 줘봤다. 로즈마리던가, 이름이...




며칠 전까지 옆자리에 있던 것 같았는데
오늘 보니 창가에 버린 듯 놔뒀길래 가지고 온 거다.
물줄 때부터 잎으로부터 향내가 펴오르더니
말라 꼬부라진 잎이 꼿꼿해질 기미가 아직 없어도 향은
책상 위에 그득하다.

종일토록 연거푸, 분위기는 꿈도 못꾸며 인스탄트 차를 마시는,
어느덧 익숙해진 식상함을 둘러쓰고는 겨우 손만 내밀어 저어대는,
그러던 동안 잊고 지나는, 혹은 넘겨버리는 아이들이 있지는 않았는지...
이렇게 말라비틀어진 잎으로도 책상과 나를 덮을 만큼의 향을 내는
"허브"가 복도 어느 귀퉁이에 또 있지는 않은지...
쉬운 때를 놓치고서 잎이 다 꼬부라진 뒤에야 물이 너무도 쉬이 빠져버림을
원망하며 조급히 안타까워하는 건 아닐까...

"옛다! 너도 한 번 써볼래..? ..쉬 허고 오는 동안 잘 들어라 잉!"






드디어.. 비가 온다, 소리나도록...
빗소리 들을 수 있는 창이 없는 내 방..
현관에 나가서 실컷 듣고 보고... 바람맞고..
날 새면 사제간 축구경기를 열 예정이었는데... 아쉽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개발"인 만큼 크게 아쉽지는 않... ..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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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5 08:46 2002/05/1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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