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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밝은 달밤에...



모처럼 다 포기한 이런 날엔 잠도 오질 않는다.
어차피 늦을 거.. 오늘은 푹 좀 잘까나..
보기 드문 10시 전 퇴실. 큰 맘 먹고 감행했더니.. 아- 잠이 오질 않는 거다.
씰데 없는 잡념만...

주말엔 뭐 좀 한답시고 보름 동안 전주에 가질 않았더니.. 생활이 볼만하다.
양말이며.. 빨래 밀린 것 좀 보라.
그리고, 보름 간 물 한 방울 구경 못한 전주의 그 화분들은 또 어떨까.
...해서.. 오늘 일요일 낮에 막간을 내어 드디어 갔다왔다.
나.. 태어나서.. 세탁기에서 갓 건진 빨래들을 비닐 봉다리에 담아 나르기는
첨이다.. 살다보니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니..
옆에 탔던 모군은, 인월로 가는 동안 마르도록 차 유리 틈에 끼워 너는 건 어떻겠냔다.
물론 빨래가 전부 양말만 있다면야.. 그럴 수도 있겠지 싶다.
어쨌거나, 지금 관사의 내 방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바닥은 물론이고
행거에 걸린 옷가지들의 어깨에도 모두 한 조각씩 널려 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귀퉁이 한 구석에 엉성하니 널려 앉아 맥주 한 컵 들이키고 있다.

문득 떠오르는, 누군가가 꼬집던 관사 내 방에 대한 촌평 몇 마디.
"어이, 이불 좀 제대로 된 것 좀 갖다놔봐.."
"아후- 이게 뭔 냄새대요?.."
'나도 그 냄새 없애려고.. 요거 있잖냐.. 이 한 통을 매일같이 뿌리고 있다야..'
'전에 애들이 살던 방이라는데.. 냄새는 무슨 80대 같애..'

이불 하나 요 하나.. 푹신 한 것으로 관사에 갖다두면 편한 것 쯤 나도 안다.
그러나 전주 것을 갖다 놓을 순 없고
두 집 살림을 장만하기는 더더욱 싫은 것을.. .
이제는 정말로.. 진짜로.. 이사에 대해 숙고할 때가 되었다.
관사 방은 그것대로, 전주 집은 또 그것대로 개판인 채
언제까지나 그대로 살 수는 없지 않겠나...
오늘 가봤더니 도시가스가 끊겼단다.
가스값 정도를 납부못할 내가 아니건만.. 이 몸뚱이가 은행문 열 시간에는
인월에 쳐박혀있으니.. 그래도 전주 사는 양반 도움으로 4월까지 다
해결했다 싶었는데.. 쪽지 남긴 내용을 보니 2월분이 석달째 연체되어
끊었다네.. 것참.. 이제사 읽어보니 고지서 뒷면에 이런 게 적혀 있었다.
미납분에 대해서는 2회까지 고지 후 가스공급을 차단한다..고.
그니까.. 2월을 건너뛰고 1, 3, 4, 5, 6..월분을 착실히 내도 다 소용없다..는 거다.
"이젠 정말로 이사할 때가 된 거야."

오늘 밤.. 정말로 달이 밝다.
보름이 코 앞이니 밝은 게 당연하지 않냐고.? 그렇긴 하지만..
세컴 세팅을 마친 교무실에 다시 가기가 좀 뭣해서
코 앞 100미터 전방에 있는 피씨방에 좀 내려 오려니
무슨 놈의 달빛이 이리 훤한지..글쎄.. 길바닥에 오줌 쌀 곳 하나가 없는 거다.
너무 밝은 달은 차라리 푸르다. 시퍼래서 냉랭하다.
그래서 가끔, 달이 너무 밝으면..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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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7 00:29 2002/05/2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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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7 00:29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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