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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TV를 볼 수 있다...! 청소했다..!!



"발 디딜 곳만 길이 나 있다"...는 말.
지난 5월 이후 한 번도 "청소"답게 치워본 적 없는 집구석 꼴이 딱 그랬다.
기억하는 한, 업혀서 잘 때 말고는, 한 번도, 졸은 것이 아닌, "잠"이란 것을
"방" 아닌 곳에서 자본 것은 요즘이 처음이다.
그동안 발 딛을 곳만 방바닥이 보이는 형편이니 잠올 때 "잠자리 찾는 것" 조차 문제였다.
소파 앞, 씽크대 아래, 컴퓨터 의자 옆, 냉장고 앞... 내 몸 길게 뉘기에 적당하다 싶기만 하면
아무데나 골라 베개만 들고가서 눕곤 한 거다.

은연중에 남원으로 이사해 가야한다고 mind control이 되었던 터라
좀체로 치울 요량을 내지 못한 채 지나온 것이 넉달이다 보니
소설에서나 보던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게으름이 이렇게 편한 것이었다니...
무엇을 가지고 무얼 하든 매번 그냥 옆에 늘어놓아 두면 되는 것을.
운신할 자리가 좁으면 발로 밀치면 되는 사소한 요령이 이렇게 요긴할 줄이야.
방바닥은 물론 소파에 조차 앉을 자리가 없어... TV 못보고 Audio못들은지도 꽤 됐다.
그저 PC방에 출입하듯이 집에 겨우 들어와 인터넷 잠깐 뒤적거리다가
잘 때 되면 그대로 몸만 빠져나와 자리찾아 눕고, 눈 뜨면 일 보러 나가고...

어제와 그제, 피서 겸 해서 남중파 세 명과 함께
남원까지, 인월까지 두어 번 헤매고 다녔다. 드라이브도 하고 집도 알아보고,
나 근무하는 인월도 소개하고.. 할 목적이었는데... 때마침 남원시민공원단지에서
풍물놀이를 만나 그 구경에 이어 레이져 쇼까지 걸쭉한 건데기를 건졌다.
풍물은.. 뭐라더라.. 그.. 무슨무슨 농악을 계승보전하고자 하는 팀의 공연이었는데,
세 번의 기획 중 가장 합바리인 아마츄어팀의 소리와 놀이였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감동적이었다.
전기를 찌릿찌릿 느끼며 아무소리 못내고 빠져들 프로들의 공연과는 달리
그들의 잠깐잠깐씩 어설픈 모습은 관객이 거리를 줄이고 끼어들 여지가 푸짐해서 좋았다.
고놈들,
어른들 사이에 섞인 그 꼬마들이 얼굴 붉히고 땀 흘리며 한 시간 남짓한 세 마당을 노는 것이
참말로... 이뻤다.

하여튼, 그런 와중에 알아 본 몇몇 집은... 그럴줄 알았으면서도 실망스럽다.
(그럴줄 알았다는 건... 전주집을 전세로 내놓고 받은 돈을 몽땅 다 들일 만큼이 아니라
그것의 절반 정도만 들여서 집을 얻고자 했기 때문이다. 전주집이 4500이니까.. ...
남원에서 2000에 얻을 수 있는 집이 다 그렇지... )
그릇 닦은 뒤 물 빠질 동안 늘어놓을 자리도 없을 것 같은 씽크대,
수건과 비누를 얹어 둘 곳 없는 욕실, 감옥같이 저 위에 조금 뚫린 안방 창,
먼저번 주인이 농을 세웠던 자리인지 커다란 액자처럼 뻥뚫린 색 다른 바랜 벽지...
물 하나는 여기저기 잘 나오더군.

그리하여 결국 "이사란 시간을 좀 더 두고봐야 하는 게로구나" 싶을 무렵 집 청소할 맘이 들었다.
"아까 말한 남중파 세 명의 일손도 있겠다... 하루 일 잡고 시작하지 뭐..."
김군은 가스렌지 냄비받침다리까지 걷어내며 닦아낸다... 15년 경력의 나 보다 낫다.
서군은 컴퓨터방, 양군은 베란다...
하도 그 모습들이 이뻐서 캠으로 찍어봤다.
그동안 난 뭘했냐고..? 캠 찍고 있었잖아...
난 목욕실에 있었다.
욕조 가득 물을 받고 반바지를 빤쓰처럼 걷어 올리고서 맨발로 밟아댔다.
알만한 사람은 그게 뭐하는 것인지 다 안다.

방바닥이 이렇게 넓어보일 수가... !



엊저녁, 아니 오늘 새벽에 그들과 함께 삼겹 세 근을 구워 먹었었다.
지들이 사온 삼겹과 상추, 경기도 집에서 따온 풋고추, 풍남파 김군이 갖다준 김치...
그리고 콜라와... 냉장고에 남아있던 소주 반 병.
도구가 변변치 않아서 삼겹 굽는 것은 내가 맡았고, 난 굽는 내내 단 한 점도 상추에 싸먹지 못했다.
대신 그들이 지들 입과 내 입의 순서를 맞춰 싸 넣어준 것만 배터지게 먹었다.
(물론, 먹은 것의 반절은 모기에게 상납했지만...)

그런 그들이다.
그런 그들과 함께 이삿짐 정리 수준의 "대청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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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1 02:46 2002/08/21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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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1 02:46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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