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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원, 또는 제자리...




꾸물꾸물... 또 날이 궂어진다.


차창에 빗방울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해질무렵처럼 어둑해졌다.


길바닥이 젖고 차선도 젖고 전깃줄도 젖고 내 눈도 젖고


급기야는 쏟아졌다.


아예 쏟아 붓는다...


비가 잠시 그친 틈에 관사 옆 시멘트 옹벽 위에 청개구리가 올라 앉았다.
무심코 "청개구리"라 했는데.... 이 얼마만인가... 청개구리를 본지...


손가락으로 툭... 그놈 궁뎅이에 장난을 걸었더니... 저 만치 뛰쳐 나갔다.


청개구리를 쫓던 눈길이 이곳에 닿았다.
씀바귀 쇤 것인지, 엉겅퀴인지... 저도 살아보겠다고 옹벽 밖으로 겨우 붙어있는데...


질기게 살아남아 겨우 내놓은 생식기는 엉뚱한 놈의 밥이 돼버리고...
그놈들은 열심히 뜯어먹으며 잠자리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아니지... 변태하기 전... 자신이 나비인 걸 알고나 있을까...
씀바귀는,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아있는 저 봉오리들 중 하나만이라도 피어나면
인생 성공한 거지...


열심히, 어서어서 뜯어먹고 갉아 먹어라... 그래봤자..
내, 이 두 손가락, 엄지와 검지로 튕겨주마...
그들을 저 아래 땅바닥으로 튕겨낼 수 있는 울트라캡숑 내 손가락.


그리고...
끝도 모를 나락으로,
다시는 사람들이 이런 내가 세상 어디엔가에 있었던 것 조차 기억하지 못할 어느 곳으로
나를 튕겨내고도 남을 또 다른 "손가락"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 . . . . . . . . . . . . . . . .

"난 비가 좋다!"
공공연하게 씨부려대던 내 말이다.

지금은...
한 번 더 그 말하면 맞아죽게 생겼다.
올여름 그 좋아하는 비를 더 원없이 보고 있다, 질릴 지경...
몇년 전부터, 한.. 4-5년쯤 됐나... 장마 뒤에 더 많이 쏟아지는 비를
기상청에서는 "게릴라성 집중호우"라 부르기 시작했고
그 "게릴라성.."이라는 말에 농민들로부터 예보불능에 대한 면죄부가 씌워졌다.
이제는,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아니라,
아싸리 "우기"라 해야 할듯... 건기, 우기...
그나저나 내년엔 뭘 먹고 사나, 뭘 가꾸며 사나...
주식을, 수경재배 잘되는 토마토로 바꿔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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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8 19:45 2002/08/2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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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8 19:45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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