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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분간의 화두



이름이 뭐더라... 언젠가 Mnet에서 일하던 의대생 VJ .. 김현규였던가..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30초 PR".
추천된 그날의 매니저가 자기가 담당한 가수의 음반을 홍보하는 코너인데
오늘은 우종인(?)의 매니저가 나왔다.
가수와는 잘 지내냐는 진행자의 우문에 매니저가 답하는 말이 이랬다.

"서로 지킬 걸 지켜주는데요.. 그의 그릇을 내 그릇 속에 담아두려
하지 않으면 되는 것 같아요."

전주에서 인월로 들어오는 내내 차 안에서 그 말을 되뇌었다.
"내 그릇 속에 그의 그릇을 담으려 하지 마라..."
뜻인즉, 그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란 건데...
그것은 어쩌면 최근 몇년간 내가 첨예하게 부담을 느끼거나
혹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정곡"이었다.
부지기수로 보아왔던, 안경 너머의 바깥 세상, 그나마도
동그란 돋보기 테 안쪽에 보이는 것만으로 얼마나 연연해 했는지...
시야에서 벗어나면 무심히도 잊어버리면서, 그래서 더욱 더
시야 속으로 잡아끌던 그 욕심들.
벌거벗은 눈에 드러나는 넓디 넓은 세상인데,
모든 것이 제각각 저마다 잘살고 있는 섬세한 세상인데,
내 맨 눈은 간데 없고 우겨대는 고집만 남았나 보다.

신호등에 걸렸다.
서로 정한 약속대로 돌아가며 지나가는 것인데도
"신호등에 걸렸다."란다...
내려진 운전석 창유리 너머로 스칠듯 속속 지나는 건너편 차들을
멍청히 바라봤다.
긴 생머리 여자의 흰 비스토, 잘생긴 청년과 프라이드,
뽀글뽀글한 아줌마와 세피아... 근데, ..오잉! 운전자가 푹 가라앉은
회색 소나타... 아.. 등이 곱은 아저씨다.
목을 쭉 빼고 좌우를 흘끔거리며 열심히 핸들을 감는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도 코를 후비네...
서로 눈이 마주치기 전까지는 정말로 난 무심히 보고 있었다.
그랬는데.. 순간 화들짝 정신이 들어 눈은 다시 신호등을 향하고,
그러면서도 머릿속엔 마지막 본, 코 후비다 눈 마주친
그 아저씨 생각이 가득.

"코딱지를 팠을까..."
"우연히 손가락이 코를 잠깐 스치는 순간이었나..."
"코딱지를 팠으면 또 어때... 그게 무슨 상관여.."
"그 양반.. 좀.. 당황스러웠을까..."
"아니, 코딱지 좀 파는 게 뭐 어떠냐니까.."

그렇게 나는 또 내 안경 안으로 짜맞추고 있었다.

집착과 애착과 간절함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무심과 무관심과 자연스러움 사이에는 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노력과 억지와.... ........... .

그렇게 횡설수설(맞나? 말하는 거 말고 생각도 횡설수설인가?)
..하는 동안 인월에 다 왔다.
강원도 뉴스에 치어 자막으로 밖에 확인할 수 없었던
인월은 일견 멀쩡해 보인다, 가게마다 들어내놓은 소파며
불나간 간판이며.. 등등을 챙겨 보기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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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1 22:54 2002/09/0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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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1 22:54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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