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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있다.



747683(오백만원): 747584... 이런..ㅆ
580(만원): 980, 880, 780, 480, 380 ... 580만 빠졌네..
0(천원): 980, 880, 780, 480, 380... 다섯장 건졌다, 일곱장 중...
그러니까.. 한.. 3주 정도를 잊어먹고(실은.. 즐거운 상상을 하며) 갖고 다녔던
또또복권 추첨결과다.
이제, 이 다섯장이 앞으로 또 몇주간 즐거운 기대를...

CD 갖다줄 게 있어 선배가 하는 피씨방에 들렀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첫자리에 오랜만에 보는 친구가 겜을 하고 있다.
그 곁에 꼬맹이 하나 붙어앉아 꼭 지 자리를 뺏긴 것 마냥 한 모니터에 함께 쳐박고 있다.
"어이, 뭔 게임을 그리 재밌게 혀.."
- '어... 왔어?'
"이 꼬맹이.. 내가 아는 꼬맹인가?", "너, 이 아저씨 아냐?"...
"니 자리 뺏겼냐?", "왜 그렇게 붙어앉았냐..."
- '아녀.. 그냥 구경하는 거여..'
"그래애?"

워낙에 오랜만에 만나고 보니 혹시나 그의 큰아들내미가 아닌가 싶어 순식간에
쏟아부은 "위대한 유머"가 그 친구 대답 한 마디에 쪽팔려버렸다.
그 와중에 카운터에서 쏘는 눈빛이 감지됐다.
게임 틈틈이 말을 건네는 친구 말에 건성으로 답하며 카운터로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선생님!"
아... 약간 거무잡잡하지만 환한 얼굴. 눈웃음이 서글서글하던 그놈...
이름이 뭐더라... 조..머시긴디... 뭐였더라...
그애하고 마주서서 눈을 맞춘 2, 3초가 그렇게 길 줄이야.
막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그애 이름을 끝내 부르지 못했다.
그애가 먼저 입을 뗀다... "저.. 중학교 때..."
("알아 알아, 그래, 너.. 거시기... 암 알고말고... 근데 이름이...") 속으로 뇌까렸다.
오른편에선 친구가 말을 건네고 왼편에서는 졸업생의 눈과 마주쳐 있고... .
대뜸 내 입에서 튕겨져 나간다. "근데, 너, .. 여기 웬일이냐?"
"예.. 친구가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해서요..."
...

잠시 멍한 틈에 반대쪽에서 '어디.. 가려던 참이야?' 내 친구가 묻는다.
"응, 인월에 내려가려고..."
다시 고개를 돌려 카운터를 보니 그놈아 표정이 실망스러운 듯 느껴진다.
이 난국을 어찌 타개하냐... 재학중에, 내가 자기이름을 기억못할 것이라 생각될 정도의
관계였다면 곧 바로 이름도 묻고 어찌 사는지도 묻고... 했을텐데.. ,
복도에서 스칠 때마다 머리를 쓸어준 정도였기에 떠오르지 않는 그 이름땜에 당혹스러운 거다.
하여튼, 모면해 볼 요량으로 한 마디 건넸다.
"이야.. 너, 지금도 얼굴이 환하고 고운 게... 동안이어서 중3 같다야(정말로 그랬다).."
"..."

"잘 지내지?" ..
"예.."
... ...

그애의 친구라던 아르바이트생이 카운터로 돌아왔다.
"이거, 사장님 오시면 전해줘잉!"
그리고... "어이, 나.. 갈께!"
다시 카운터의 그애를 향하고서 말했다. "담에 또 보자!"
5분도 채 되지 않는 동안의 일이었다.

인월에 오는 동안 내내 그 생각이 자꾸 났다. 그냥 이름을 까먹었다고 그럴걸...
그러고 차근차근히, 앉아서 얘기나 좀 더 할 걸... 인월 오는 게 뭣이 그렇게 급하다고...
아차차... "이야.. 너, 지금도 얼굴이 환하고 고운 게... 동안이어서 중3 같다야.."라던 말..
내 나이에나 듣기 좋지 그애한테는 아닐텐데... 아... 이런..

최근 몇년, 새로운 병이 생겼다.
그냥 닥치는 대로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 뭔가 음모가 인다.
그냥 내 모습대로 살면 안되는 일을 겪기라도 했다는 듯이,
말 한 마디 잘못하면 큰 일이라도 났었다는 듯이...
자꾸 닥친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서지는 것이다.
그래가지고 좋아지기나 했으면 몰라, 대체로 두 번 생각해서 더 잘된 일이 별로 없다.
아마도...
자격지심... 의기소침..인가 보다.
아마도... 그럴 일이 요즘 내게 일어나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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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9 11:12 2002/09/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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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9 11:12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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