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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0년 전 오늘... 또, 한 학년을 마무리 하던 날에



엊그제 졸업을 한 아이들이 교문 가에 남겨둔 기특한 선물...

그냥 흘러간 세월이었을까... 추억일까...
지난 십 수년이 주마등 처럼 스친다.



10년 전 오늘..
초임지였던 백운중에서의 3년을 마치던 종업식날.
항상 활달하고 검어서 내가 '시커먼스'라 부르던 여학생이 교문 밖에 서있다가
교문을 빠져나오는 내 곁으로 다가와서는,
종이학이 가득 담긴 유리병을 아무 말도 못붙이고 건네주기만 하던 날.
그 애의 젖은 눈빛과 목메인 인사 '안녕히 가세요..'를 지금도 기억한다.
물론, 그 유리병도 10년 동안 내 곁에 여전히 있다.
요즘.. '선생님!' 가차없이 불러서 망설임 없이 눈빛 마주치곤 하는
아이들과는 달랐던 그 때 아이들의 수줍음이 문득 떠오르는 오늘,
드디어 들춰보는 또 하나의 가슴 벅찬 선물을 열심히 사진찍어 두고는
내다버렸다.
1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을 땅 속에 묻혀서 삭을 만큼 삭았기 때문.



백운중에서 '동향중'으로 전근해서 '백운'을 그리던 것도 잠시였는지
93년 담임하던 동향의 2학년 반 아이들과 참 정겹게 잘 지냈다.
그 때 아이들이 3학년이 되고, 또 졸업을 하던 날, 유난히 따르던 몇명이서
나와 함께 훗날을 위한 추억을 묻기로 했다.
내가 머물던 관사의 뒷산 양지에 '타임캡슐'을 묻어두었다가
다들 대학 2학년이 되는 해의 같은 날에 들춰보자는 거였다.
왜 대학 2학년 때냐면, 혹시 재수하게 될 친구를 위해서.

나 부터.. 각각, 파내어 보는 그날을 위한 소감문을 써서
각자 준비한 소품들과 함께 비닐에 싸서 나무궤짝에 담아 파묻었다.
김주형, 박수우, 박현춘, 송동진, 양정렬, 그리고 나.
나는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2학년때의 문집과 교무수첩과 성적단표를 넣었었는데...

복사용지로 복사한 성적단표만 아무런 퇴색도 없이 어제 것처럼 선명할 뿐,
매일 빼곡히 적곤 하던 교무수첩의 일기들은 번짐만 남았다.
이제
그때의 그들은 병역도 마쳤고, 취업했거나 대학졸업을 한두 해 남겨둔
청년들이 되었다.



"...
사랑하는 아이들아
혹시 오늘 내가 없어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서로를 지켜줄 수 있..."

... 라고 내가 남긴 글에 써있다..
아마도 파보는 날에 내가 세상에 없을 수도 있음을 생각했나 보다.





1999. 2. 17, 00:00에 .. 파보기로 한듯 날짜도 적혀있네..







좋아하는 노래도 함께 들어있었다.



내게 있어서의 교무수첩 만큼이나 소중했을 그들의 일기장이었을듯.
회의 때 이외엔 거의 넘겨볼 일이 없는 지금의 교무수첩이 민망할,
저 번지고 바랜 잉크자국...







문집... 인터넷 게시판이 없던 당시.. 문집은 너무도 소중한 것이었다.









보고있냐, 주형아, 수우야, 동진아, 현춘아, 정렬아... 그리고,
함께 하지못했던 애들아...

-----------------------

...
세상의 모든 복은 여기 우리 것이라고..
서로 사랑하는 맘 부디 변치 말고
다시 이 글 볼 수 있게
해주시옵길 그 무엇에겐가
나는 빌고 있다.
싸늘한 2월 17일 이다..
95년을 이렇게 시작하고...

...
사랑하는 아이들아
혹시 오늘 내가 없어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서로를 지켜줄 수 있...
...
---------------
...
..일 동안 궁리해오던 끝에 드디어 오늘, 2월...
.. 상자를 묻게 되었다.
모두들 즐거운 얼굴이다. 우리의 추억이 땅속으로 묻히기..
..님도 우리를 도우셨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
저멀리 똥구멍(?) 산이 보인다.
...
할 말, 아니 쓸 말이 마땅치 않다.
쓸 말이 참 많을 줄 알았는데...
...
추억을 위해 3년동안 살았다.
아무일 없는 듯이 3년을 지냈다.
풋사랑(박성자,허미정,안한선)을 위해
3년을 고민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 ) 눈물을 위해
3년을 사귀...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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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2. 17, 00:00에 ..
...
... 서로의 갈길이 조금은 정해져 있었을..
.. 주형이, 수우, 정렬이, 안규태 선생님과 함께 타임캡슐을
.. 타임캡슐은 우리들과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더 친하게
... 줄 것이다.
내가 좋아했던 양윤정은 그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만약 만나고 있다면 친구, 연인으로 만나고 있을 것...
그래.. 그럴거야 (히히)
나는 그애가 준 손수건과, 내가 쓴 글, 그리고 향수를 묻었..
이것들이 그때에 가서는 어떻게 느껴질지 그때 가보..
알겠지. 참 나의 별명도 기억해야지. '말대가리'
... 웃긴 별명인가.. 주형이는 반땡감, ...
....
--------------------
...
...
3학년 좋아했던 ... ..., 허미정, ...
하지만 윤미라는 주형이.. 좋아했.. 허미정은 오균이가
좋아했었던 것 같다.
...
...
변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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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만의 추억 - 서태지와 아이들
* 발해를 꿈꾸며(instrumental)
* 우리 이제 - 김현식(하모니카)
* 그녀의 모든 아침 - the Classic
* 마지막 축제
* 사랑 느낌
* 햇살속으로
* YO Taiji
* Do you know (piano)
* 날 울리지마 - 신승훈
* All I've ever wanted
* End of the road
* I'll make love to you
* 미소속에 비친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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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4 00:56 2003/02/1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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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4 00:56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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