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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고 나서 오뎅 먹다가...



"기도해!"
"그냥, 기도만 해! 하여튼 가만히 기도만 하고 있으면 돼, 걱정하지마!"

'기도'라는 소리에 문득 아줌마들을 엿듣고 있음을 느낀다.


'마트클럽'이라는 수퍼마켓 옆에 마트클럽 보다 더 오래됐을 것 같은 수퍼포장마차가 있다.
그곳엔 오뎅의 모든 것과 떡볶이가 있고 튀김의 모든 것이 있고, 심지어 요즘엔
'석화 생튀김'이란 메뉴도 붙여놨다.
그곳이 '진영사우나' 건물에서 가까운 탓에 목욕 후 종종 허기를 채우러 들르곤 하는데
혼자 서서 간단히 요기하기에는 역시 파간장에 꼬치오뎅이 최고다.
'오뎅'?... 최근엔 탈日色 바람을 타고 '어묵'이라고들 하지만
워낙에 일반명사를 대명사화 하기 좋아하는 '보통사람들' 덕에
적어도 오뎅집에서 만큼은, '어묵'은 다시 고급한 오뎅을 일컫는 말이 돼버렸으니
오늘 먹은 길쭉한 꼬치오뎅은 분명히 '오뎅'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오뎅'이란 것을 안 뒤로 그 모양과 맛과 간장에 찍어먹는 것까지,
값 빼고는 단 한 가지도 달라지지 않은 길다란 꼬치. 지금 먹고있는 이 꼬치는
천원에 네 개씩이란다.

포장마차 형세이지만 파는 품이 크다보니 아줌마가 넷이나 되는데,
맨 앞에.. 주로 판매를 담당하는 아줌마는 항상 화장이 단정하다.
모처럼 튀길거리가 떨어져 뒤에서 시간이 좀 난 다른 아줌마가 앞으로 다가와
그 화장 단정한 아줌마에게 건네는 말이다.
"그저, 기도만 하고 있으라고..!"

또 한 아줌마가 다가와 말한다.
"그건 일도 아냐...
우리 교회 권찰 딸내미네는 말도 못혀!
남자가 택시기산데, 징그럽게 일허기를 싫어한댜.
허구헌 날 차 받쳐놓고 놀아서 사납금 못넣는 건 물론이고
다음 파트너한테 인계를 안해서 짝꿍이 애를 먹는다그러네.
근데 그 사람한테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가 본부인 한테..
응, 그래, 그 권찰 딸내미.. 그, 마누라한테 그러더래..
자기는 남자가 돈 안벌어도 다 먹여살릴거니까 이혼해달라고."
"기본도 안돼있고만, 기본도.."
"그러게..
하여튼, 본부인 오빠가 그걸 알아가지고서는 그 여자와 함께 자는 걸
경찰과 덥쳐서 잡았대. 그 경찰들.. 두 년놈 옷도 안입혀서 유치장으로 대려갔다네..
나중에 본부인이 유치장엘 가보니 가관이더라지.. 그래도 남편이라고..
목도리 벗어서 남편 빤스를 가려줬디야,
남편은 '그 여자와 헤어질테니 제발 나 좀 꺼내줘!' 그러고.
그래서 꺼내줬는디.. 그 뒤에도 그 여자가 본부인 집에 몰래 숨어들어
먹을 음식에 농약타고 그랬대.. 그래도 뭐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 그냥 넘어갔대.
지금도 그 본부인 만나서 보면 얼굴이 싱글벙글이야.. 그래서
'그렇게 그 남자가 좋아?' 라고 물으면.. 글쎄.. 그래도 좋댜.. 쯧쯔.."

이쯤해서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다가.. 엿듣던 걸 들켜버렸다.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허요? 같은 남장게.."
뭐라고 할 말이 없는데.. 그냥 다시 빙그레 웃었다.
속으로 이러면서...
"참, 복도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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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0 01:01 2003/03/1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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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0 01:01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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