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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멍청한가..



나는 멍청한가..
아니다, IQ가 100 하고도 OO인데.
나는 게으른가..
아니다, 한번 몰아치면 끝장을 보는데.
그럼, 나는.. 가끔씩 게으르곤 하는 습관이 있는가..

...

방학 때 마다 다른 일에 매달리곤 하는 처지여서
이번 봄에는 학기 중에도 가능한 원격연수를 수강하는 중이다.
100점 만점 기록을 세워볼 요량으로 '포토샵'을 신청했는데...
다, 배려버렸다.
지난 중간고사 기간에 여차여차 저차저차하다가 깜박.. 온라인 시험을 놓쳤다.
그래서 마이너스 10점.. 나머지 다 받아도 90점이다.
그런데 체욱대회날에 연수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이번엔,
과제를 놓치게 생겼다, 마감이 토요일 3일이다.
'포토샵 문제 10문항 출제'와 '포토샵 파일 만들기' 과제인데.. 토요일 자정까지 마감이란다.
토요일 신체검사날 어떻게든 끝내보려 했는데.. 도무지 어수선해서 할 수가 없다.
해서.. 경기도 집에 까지 과제꺼릴 싸갔는데... 밤10시에 도착해서 TV를 잠깐 봤는데..
PD수첩: 누가 우리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나요..를 보는데.. 10시 40분이 넘어가는데..
정신이 번쩍 들어 부랴부랴 문제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10문항 만들어 과제게시판에 올리고 이어 곧바로 파일을 만든 뒤 올리려는데,
"과제마감일이 지났습니다" 란다... 12시 03분...
그래서 또 마이너스 10점. 이제는 잘해봐야 80점이다.
'파일부터 올리고 문제는 만들어지는 만큼만 제시간에 올릴걸...'
아니.. '전부 진작 해서 올릴걸..' 후회가 되지만 어차피 늦었다.
이제부턴 통지표 받아들고 교무실에서 변명할 연습만 남았다.

물오징어 세 마리, 명태포 한 봉, 구운 김 한 톳, 물김치 한 통, 김치 한 통...

모처럼의 연휴에 경기도 본가에 들러 그렇게 정신사납게 보낸 뒤 내려오는 길에 받아온 것들이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든지 아니면 철이 들어가는 가 보다.
예전에는 바리바리 싸주는 보따리를 1차 검열 후 대폭 줄여 받아들던 나였다.
그래서 집에 들렀다 내려올 참이면 항상 가져가네 마네 하면서 어머니와 실갱이를 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턴가 군말없이 받아들고 와지는 거다.
매 끼마다 머릿속 생각을 따라 해먹고 또는 사먹고 하다보니 사실
싸온 것들은 대부분 정석(?)대로 먹질 못하고 버리는 게 상당하다.
그런데도, 요즘엔 주는 대로 받아오는 거다.
내려오기 전 날부터 싸는 모습을 보며 맘이 아프고, 받아들 때 또 맘이 아프고,
내려와서 뒷베란다의 묵은 통들을 보며 맘이 아프다. 고마운 느낌을 넘어서는 그 무엇.. 가슴이 저리는 것..
아버지도 모처럼 먹어보는 것일 푸짐한 반찬에 반주 몇잔 대작하던 엊저녁 밥상머리에서는
'그래, 한번 올꺼 두번 오고, 전화라도 자주 하자..' 다짐하지만
이렇게 내려와 있으면 날 지나고 또 날 지나는 동안 몽땅 잊은 듯 무심한 몇주가 금새 지나고야 말 것인데.

왜 나는.. 틈틈이..라는 것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사람처럼 사는 것일까.
적당한 시간에 부지런히 챙겨도 부족할 것을 .. 왜 자꾸 넘기고 사는 것일까
이러다가 언젠가 또 돌이키지도 못할 후회를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오늘 밤에는,
베란다 화분을 보며 집에서 꺾어온 순을 세고, 묵은 통 비우지 못한 통들을 세고,
새삼 내 나이를 세고 어머니 아버지 나이를 세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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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06 02:14 2003/05/06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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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06 02:14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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