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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휴일에... 말못할 일이..



여름맞이...
휴일에 모처럼 창가를 치웠다.
어차피 치워봤자 그놈이 그놈이지만 아무래도 여름 1순위는 창일 터이므로.
정리하면서 새삼.. 오래도록 함께 지낸 놈이 많다는 느낌.
러브체인과 엘레강스는 죽을랑 말랑 겨우 살려온 게.. 한.. 6년쯤 되나..
러브체인은 처음에 길게 두 줄로 내려온 하트가 좋아서,
엘레강스는 이름답게 바구니 가득 안개꽃과는 다른 우아함이 좋아서..
그런 이유로 사두었다가 철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본래의 단정한 폼은 간데 없고
이제는 말 그대로 "free form"이 돼버렸다.
10층에 살 때는 옹색하던 잎들이 5층으로 옮겨와 첫 봄을 맞으니 대략 종전의 4배쯤으로 커졌다.
엘레강스 잎은 거의 댓잎 만 하고 러브체인잎은 깻잎 만 하다.. 물론 거짓말 보태서.






치우다 보니 쓰레기가 만만치 않게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약간의 편집증이 있어서 한 번 손에 든 것은 좀처럼 버리지 못하니.
게다가, 보통 바깥의 화단에서라면 그냥 두었을 시든 잎들과 줄기를 죄 정리했거덩.
다른 집들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확실하게 하는 모양인디.. 나는 그냥..
대충 주변에 나도는 비닐봉다리에 그때 그때 쓰레기를 꼬불쳤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큰 쓰레기종량봉투에 몰아 담아 버린다.
예외없이 이번에도 그랬는데.. 겨우 큰 봉투에 가득 쟁이고 나니.. 뒷베란다에
오래된 버릴 봉다리가 하나 더 보였다.
그걸 큰 봉투 맨 위에 얹고 힘껏 손바닥으로 콱.. 눌렀는데,

...


그놈; 러브체인은 지가 무슨 선인장이라고.. 갔다 놓은지 6년이 되어서야 꽃을 보인다.



바람 좋고 볕 좋고... 발에 발동이 걸렸다.
요천변을, 둑길이 아니라 아래 천변으로 돌아봐야지..
둔치가 시작되기전 요천, 그리고 누군가.. 먼저 지나간 이의 솟대,
토끼풀이 보이고 틈틈으로 자운영도 보이네...
떡쑥도 보고, 나중에 알았지만 노란 씀바귀꽃도 보고.. 창포도.. (붓꽃인가..?)
요천변을 함께 돈 두 놈이 무인도에서 한 방!
억새 비슷한 풀.. 쓰다듬고 싶어라.











양림단지 근처에 다가가니 우리집이 멀리.. 딴 동네처럼 보이고
분수 물줄기가 땐쓰곡 따라 솟고.. 여기저기 싸구려 같이 붙은 방을 보고 공연장에 올랐더니
.. 야외 공연장 그곳에서 국악공연이 한창인데, 최창남, 김뻐꾹도 나와 경기민요 메들리.
이상한 건, 함께 간 그 두 놈은 경기가락과 남도가락을 구분하지 못했다.
귀에 훤히 들어오는 그 큰 다름을 못느낄 수도 있구나...






분수대 옆 광장과 간이무대에 인라인스케이팅 바람이 불고
잠시 테니스와 배드민턴을 깜박 잊을 뻔 했다. 인라인스케이트도 하나 사버려?
아니면.. 아까 스친 어떤 놈이 신었던 그 바퀴달린 신발을 살까? ...
쌩초보 꼬마를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가 아들내미를 가르친다.
"저 형아처럼 타봐!" 뭘 알아야 면장질을 하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최고의 자세를 잡아내는 우리의 조금 큰 꼬마를 보면
원래 우리 모두에게 웬만한 스포츠폼은 자동으로 주어진 게 아닐까 싶다..
동네에서 공차는 애들의 킥 폼을 봐라...!!!
그런 것을 나이 먹어가며 운동신경도 함께 삶아먹고 사는 게지...






요천 위에 걸쳐진 다리 중에 광한루와 양림단지를 잇는 인도교가 있다.
멋지기도 하지만 순수 인도교라는 점에서 더 매력적인 그 다리.. 나는 그걸 "춘향교"라 부른다.
춘향교 앞 뒤 인도엔 이런 저런 장식이 국악을 소재로 하여 놓여져 있다.
제주 서귀포의 놀판지 인도, 전주 경원동의 네온 인도..만큼 멋진 인도!!!
춘향교를 넘어 반환 쩜을 찍고서는 이번에는 아까의 건너편 산책로를 따라 귀환(?).
벚나무 터널에, 군데군데 장미무더기에, 푹신한 우레탄 바닥의 산책로..
애 데리고 온 어른들은 산책로 그늘에서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땡기고,
그 애는 지 애비가 늘어논 낚싯대를 지킨다.
방우들도 휴일엔 쉬어야지... 아니, 휴가병일지도..
지난해 매몰차던 여름비가 벌겋게 차 넘치던 요천의 기억이 지금 당장은 '수위표' 하나만 남기고...











아.. 이곳은 이제사 아카시아 향기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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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2 00:44 2003/05/2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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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2 00:44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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