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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오늘은 일요일.. 어김없이 거길 갔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목욕탕에서 흔히 보게 마련일 거시기 대신에 유난히 사람들 눈이 눈에 들어온다.
테레비 켜 놓은 앞, 발톱깎는 평상에 주욱 앉아 다함께 화면에 갖다 꽂는 저 눈들.
참 갖가지다.
대충은 대부분 게슴츠레인데 오늘은 그중 눈에 확 띄는 눈이 있었다. 평소 즐겨 훔쳐보던 아이들의 무심한 눈빛이 아닌, 막 장난이 일듯한 호기심 어린 눈빛도 아닌... 영화에서... 무심과 욕정과 반항과 자존이 짬뽕된 말수 적은 주인공의 그것 같은 저 눈매. 숨이 막힌다.
이제 겨우 중2쯤 되어 보이는 소년의 눈이 텔레비를 쏘고 있지만 그 옆에서 난 사진 하나 찍어두고픈 충동이 인다. 항상 갖고 다니는 카메라.. 목욕탕만 아니면 벌써 눌렀을 한 컷.
통 안에 몽땅 담그고 머리만 꺼내놓고 모여 앉아 있노라면 아이와 그 아이의 아빠 얼굴이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무심하면서 깊은 여린 눈에 담긴 그 많은 표정이 하나 둘 굳어져... 이제 나는 내게 주어진 몇개중 하나씩만을 되풀이하여 바꿔 담을 뿐이다.
중학교에 근무하면 아이들의 달라지는 눈빛이 뮤직비디오처럼 흐른다. 규정할 수 없는 천방의 발랄한 표정은 그들을 위해 미리 준비한 어른들의 어른스러운 수개의 껍데기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타고난 것과는 상관없이 제3의 성을 부여받겠지.
소위 말하는... "남자답게"... "여자답게"... 그렇게 둘로 나뉘어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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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07 02:32 2001/02/07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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