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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그것은, 때때로 그리움







90년 여름인가.. 91년 여름이던가...
초임지 백운에서 동료들끼리 속리산엘 갔었다.
민박 중 누군가가... 우리 촛불만 켜놓고 다함께 조용히 노래부를까?..
좋지...
여기에.. 통기타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
그말 끝에 난 의기양양 용기백배 등등 하여 산중 민박집에서 보은 시내로
한밤중 택시를 타고 나가 온갖 '음악사'를 섭렵하다가 3만원짜리 기타 하나 사들고 갔다.
끝까지 잘치는 변변한 곡 하나 없어도 참 좋았는데...

늦게서야 복학한(나는 이미 발령 받아 출근하고 있는데..) 친구 O는
작업실 겸 화실을 차려보자 그랬다.
지하 지상 가리지 않고 숱하게 옮겨 다니던 그 때의 화실; 도도.
잠시 스치는 생각에도 수많은 이름이 맴돈다.
그 이름들과 함께 밤낮없이 울리고 불러대던 노래들, 노래책들.
이제는 남일처럼 잊혀져 방 하나를 박물관 삼아 쟁여진 추억일뿐인데...
왼손 손톱밑 지문에 괭이가 배기고, 플랫을 않봐도 코드를 제법 짚던 그 기타가
다 낡아 헤어진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모음책 책장 만큼 고풍스럽게 세워져있다.



P친구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는 운암교 옆에 카페를 냈다.
옥정호 물을 훤히 내려보는 멋진 자리에, 조그만 작업실을 겸하여 꿈꾸듯 차린 카페.
그림 그리던 한때.. 나 역시도 꿈으로 가져봤던 그런 카페다.
한밤을 지나 새벽이 다가도록, 같은 같은 실기실을 쓰던 동문 Y와 S와 K, 그리고 P와 함께
오랜만에.. 오랫동안 맡아본 그림 냄새...









문득, 왈칵... 그립다... 그리고 싶다.
이젠 다 잊었노라고 말하며 피해다니지만, ...피해다닌다 해도...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나 보다.
아무렇게나 놓아두고 단지 물만 주며 수년을 함께 해온 킹벤자민 가지에 주렁주렁
똘배같은 열매를 무심히, 또는 기특하게, 또는 낯설게... 따져나 보며
다시는 '그린다'를 그리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런 것이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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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01 02:56 2003/09/01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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