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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괜찮냐? 한 주전자 더 할까?



졸업생;고딩한테서 전화가 왔다....

막걸리와 김치전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추석에 애들 좀 왔디?
예. 금요일날인가... 비 많이 온 날, 그날 다 모여서 놀았어요... 노래방도 가고...

저, 자취방 옮겼어요... 딴집으로가 아니라 같은 집 이층으로요
먼저 있던 곳은 가건물이어서 바닥이 낮아 습기가 많이 차요... 뭐가 몸에 나는 것도 같고...
잘했다, 근데 위로 옮기는 데에는 얼마나 더 주는가..?
원래는 5만원을 얹어줘야 하는 데요 그동안 전기세 분담에 문제가 있던 터여서 1만원씩만 더 주기로 했어요
내년엔 기숙사에 들어가야겠어요
혼자 있으니 공부가 더 안되더라구요 자꾸 잠만 자게 되고...
기숙사에는 안들어간게 아니라 못들어갔잖냐...
공부를 이제 좀 하려구요, 사실 2학기때부터 시작했는데...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막막해요
'공부'는 목적이 아냐.. 그냥 살아가는 태도이고 습관이고 방법일뿐인데...
성적이 잘나와야 한다고 스스로 강박하지 말고, 책과 책상과 궁뎅이를 붙여놓는 습관부터 들여봐
공부는 쉬운 것 부터 해, 아는 것 부터 먼저 풀고.. 심심풀이 삼아 중3때 책 다시 한번 봐라..
일단 시작해서 날들을 투자하다보면 니 체질에 맞는 요령이 생길 거여
혹시 목표가 없어 무료하면, 기숙사 입사를 목표로 해라.. 눈에 보이는 목표가 자극적이거덩
하여튼 이번에는 열심히 할라고요..
니가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 말해줘, 세상에 꽁짜는 없다고... 원하는 게 있으면 대가를 바쳐야지..
나 고3때, 입시준비를 어떻게 했냐믄, ... 3시간에 끝내야 되는 그림을 매일 3장씩 그렸다야
매일같이 그림에만 최소 9시간 정도를 기본적으로 투자한 건데.. 한편으론 미련하기도 했지..

막걸리.. 괜찮냐? 딴데서는 막걸리 마시진 않을 거 아니냐.. 한 주전자 더 할까?

00가 요즘 많이 힘든가봐요.. 부모님 문제로...
왜.. ( )상황은 나도 아는데.. 그것말고 또?
예. 요즘 다시 그러시나 보더라구요... 00이 힘든 것이 이해가 돼요,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너도? 왜? ( )하나 보다?
지금은 좀 나은데, 어릴적엔 엄청난 갈등이었죠... ( )해버릴까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어린 마음에...


니 힘으로 안되는 것은 그냥 내버려둬... 니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승부해봐

니 몸 안에는, 좋든 싫든, 좋은쪽이든 나쁜쪽이든 부모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잊지마
너도 그럴 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너를 돌아보고 채근해라
저도 요즘 문득문득 닮아가고 있다는 걸 느껴요.. 놀랍지요... ... 그게 아닌데...

지금은 너한테 엄마아빠지만.. 스무살이 되고 서른이 되고 또 마흔이 되면
여자인 엄마가 보이고 남자인 아빠가 보이게 될 거다, 그때가 되면...
문제의 핵심이 지금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지
남자인 아빠, 여자인 엄마한테는 '부모'라는 것으로도 '인력'으로도.. 안되는 게 있을 거란다.
그때가 되면 문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물론 그때쯤이면 상황은 이미 다 끝나버릴 테지만...

속시원히 얘기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집에선 얘기가 안돼요, 아무나 붙잡고 말할 수도 없고...
삼촌들 친척들.. 다들.. 만나면... 공부 잘하고 있지?...라거든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죠
00도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해바라기'가 있었다... 전근오기 전 소개로 만난 여선생님의 메일 아이디.)
('해바라기'는 내게, 아이들 심지에 너무 깊게 관여하지 말라 그랬다..)
(그것은 어쩌면 아이의 원천이 나아갈 방향을 왜곡시킬 수도 있는... 죄.. 일지도 모른다고)
(그래.. '지대한 영향'이란 상반된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는 것이지...라고.. 뇌까린다)


앗...
무슨 인연인가.... 집에 들어와 보니 TV에서 '신라의 달밤'을 틀어준다.
박영준, 최기동.. 같은 학교 같은 자리에서 만나 대칭으로 출발하여 서로 교차하며 맞은편으로 휘돌아
인생역전으로 멀리 한바퀴 긋다가 같은 자리에서 다시 겹쳐지는 그들...
다시 만날 때 상처는 추억이 되고... 그러기엔, 스스로 역전들 하여 생경한 각각의 대면들.
코미디 영화 한편 속에 우리 애들도 있었고 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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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15 04:07 2003/09/15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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