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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스승의 날을 보내면...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토요일에 '스승의 날'을 맞은 건 처음이지 싶습니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 꼭 있어야 한다면,
항상 토요일에 돌아왔으면 싶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늦추고 다음 날 긴 여유로 돌이켜볼 수 있도록.

작년 졸업생들이 찾아왔더랬습니다.
그래봤자 그중 반은 붙어있는 건물로 등교하는, 날마다 보는 인월고생이지만
그래도, 교정이며 수돗가며 교문 앞 분식집까지
새삼 다시 걸어보는 시간이었지요..
그들은 교정을 나서서 분식집까지 걷는 동안 그리고 분식집 안에서도
나름의 추억을 가지고 떠들어대며 왁자지껄 웃고 있지만
나 만큼은 지난 1년을 휘도는 그 시간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부족한 역량의 담임을 만나 고교생활을 화창하게 시작하지 못한 아이가 있어
지금 내 앞에선 웃고 있지만 돌아서면 고통스러워 할 아이가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문득
몇년 전 전주를 떠나올 때
지금은 고3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하던 말이 떠오르고
늙어버린 얼굴 만큼이나 쇠어버린 마음은, 당시의 '작별인사'를 보며
고추 다듬던 손마디로 무심코 긁은 눈두덩처럼 뭉클하게 쓰려옵니다.

남색초원하늘소.
몸 길이 2센치가 채 안되는, 우울하게 퍼런 등을 얹은 하늘소가
요 며칠의 궂은 날을 피하지 못했음인지 비 갠 오후에 방에 날려 왔네요.
왼쪽 다리 하나를 저는 탓에 빙글빙글 제자리만 돌고 마는 요놈..
밖으로 날려줘 봤자 신통치 않을 것 같음이 .. 딱.. 내 꼴입니다.
그래도.. 나는.. 욕심사납게도 나 만큼은 .. 살아야겠기에
밖으로 나서서 차에 올라 한참을 몰았습니다.
남원 양림단지에 와버렸더군요.. 새로 문을 연 춘향테마파크도 볼 겸...
"상념을 털고 가볍고 신선한 기운으로 돌아와야지.." 거대한 욕심을 갖고 갔었는데..
테마가 테마인지라 또 다른 잡념만 보태서 돌아왔습니다.
두 사람이 손을 넣고서 어쩌고 저쩌고 한다는.. '맹약의 단'...
그리고, '언약꼬리표'...

살아야지요.. 잘 살아야지요..
그래서
자판기 커피를 나눠 마시는 두 아저씨들의 눈총을 모른체하며
커피자판기 옆에 있는 포토스티커촬영기 안으로 들어가 2000원짜리 한방 찍었습니다.
역시.. 나이라는 건.. 거울에 써진 게 아니라 사진으로 분명해지는 것이지요..

개구리 울음이 더욱 또렷해지는 한밤에
관사의 창불빛이 창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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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7 01:56 2004/05/17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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