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트의 포켓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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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비에 이름 붙이고 싶은 날



처마 밑에 서서 두 배의 비를 들으며
얼굴에 작은 물보라로 날리는 바람을 노려본다.

고추밭 뻣뻣한 흙이 가벼운 손가락질 한 번에 바스락대며 부서지는 한낮
물호스로 한 나절을 뿌려댔던 기억으로 더욱 경외스러운,
쏟아붓는 저 비.

겨드랑이와 목덜미에 모처럼 찬기운이 스친다.
머리칼을 쓸어 모으며 뒷덜미 등골을 따라 허릿춤 속옷 속으로
엉덩이에 흘러 내리는 오싹함.. 그렇다, 오늘은
신발 속이 질퍽거리도록 비 맞으며 걷고 싶은 날.
제대로 뜨지 못해 눈을 껌벅거리며 목을 젖혀 하늘을 마주보고 싶은.. 그런 날.
젖어버린 바지자락 어깨끝의 걱정스럼이 홀딱 젖어 초연한 엷은 고독에
저 비 말고는 암것도 뵈지 말도록, 이 소리 말고는 암것도 들리지 않게
나서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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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8 10:14 2004/06/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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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8 10:14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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