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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의 짐을 꾸리며...




짐을 꾸린다는 것. 익숙함을 벗어야 하는 것이기에 그것은 두렵다.
아랫목에 배를 깔고 얼굴을 팔 품에 묻어도 가시지 않는 공허함... 그 속, 다가올 새로움에 대한 긴장이 움트는 옆 한 켠으로 이대로에의 미련이 감돌아 자꾸만 뒤척인다.
있을 땐 형제... 떠나면 남인 공립교직. 이제 익숙한 5년을 남겨두고 떠날 짐을 꾸린다.
아이들과 함께할 마음을 둘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던 그 간에 대한 분노와 죄책은 이제 오히려 그나마 추억이 없었음이 다행인 마음아픈 안도로 다가서고... 그래서 중천까지 솟은 해를 방바닥에서 맞이하면서도 머릿속은 무엇을 찾아 자꾸만 뒤척인다.

잃은 것이 있다.
기타 코드를 까먹었고
내가 전에 무슨 노래를 좋아했는지를 잊었고
걸레질하는 법도 다 까먹었다.
늦은 밤 하루가 다 갈 무렵 자기전에 한두 번쯤 떠오르던 아이들 얼굴도 이젠 없다.
왜 이리 되었을까...
화분을 고르러 다니고 CD자켓을 뒤적이고 신문에 난 제목을 적어들고서 서점을 기웃대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내가 아무것도 해준 게 없을 때 아이들의 밝은 얼굴이 비수로 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는가...?
이젠 다 끝났다. 그러길 바란다.
"죽어도..."라며 다짐을 해보지만... 새 학교에선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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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15 13:39 2001/02/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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