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트의 포켓카메라 agtae.com     

글 카테고리 Category 최근에 올린 글 RecentPost 최근에 달린 댓글 RecentCommant

손톱달...




손톱달..
오늘처럼 반달은 못되어도 이미 일주일을 지나버린
초생달이 그것인지.. .

내 뒤로 가로등처럼 그림자를 만드는, '반달'도 못되는 저 달이 있어
이 한밤에도 마을 건너 앞산 덕두봉이 보인다.
교정의 담장 밑 하수로에 오폐수 아닌 산물 1급수가 흐르는,
그래서 날 따라오는 신발 끄시는 소리 너머로 계곡물 소리를 얻어 듣는
이곳 인월이어서 저 쬐그만 달로도 그림자를 보고
밤 산의 능선도 보는 거겠지.
전주에서라면 달빛 그림자는 고사하고 달조차 보지 못했을 것,
초생달 총총별의 하늘과 대보름 같은 땅바닥의 조화가 신기하여
잠이 오지 않는 이 밤, 조끼 하나 더 걸친 채 걸음이 늘어진다.

외딴 관사에 까지 달려들어 모르는 새 익숙해진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문득 느낄 때
저 건너 있을 들판쪽에서 먼 발치로 그 소리가 들린다.
인적이 있어 곁에서만 멈추었을 뿐 올챙이가 팔딱거리는 지금
아직도 개구리는 '울음'이 소용되나 보다.

언제나 때가 되면 어김도 없이 제 스스로 있던 자리에 다시 나오는
들꽃들이 여기서 3년을 보내고서야 이제 보인다.
이름이 '들꽃'일 진대 그 자라는 곳이 무에 특별하랴마는
요 근래에 굳이 '들꽃'을 찾아 다녔다.
출엽(떡잎 이후 처음 나오는 잎)을 보고서 그 자리를 마음에
예약해 두었다가 매일 같이 그 자리를 좇아 다니고,
혹시라도 남아 있을 작년의 흔적과 시체(?)를 챙기러 다니고,
급기야 봄꽃이 피어날 때 느껴지는 쉽게 말못할 비밀스러운
혼자만의 애틋함.

결국,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식물도감에 몇 미리로 표시되는 크기의 어림짐작이 무색하게
당연하게도 너무나 완전한 구색에 홀딱 반해버린 나.
...

그들과 함께 사는 곤충들이란..

이제 나는 날아야 한다.
단 한 뼘의 땅도 함부로 밟아 디딜 수 없으므로 해서 나는
날아 다녀야만 할지도 모른다.

.
.
.

이제는 점점
횡설수설의 대가가 돼가나 보다..
신기하게 밝은 애늙은 초생달빛에 밤거리를 쏘다니면서
한낮에 돌고 돈 얘기들이 개구리 소리 사이에 끼어드는 걸 보면.
Creative Commons License
2005/06/15 21:59 2005/06/15 21:59

top

About this post

이 글에는 아직 트랙백이 없고, 댓글 4개가 달려있고, , , , 태그가 달려있으며,
2005/06/15 21:59에 작성된 글입니다.


: [1] : ... [259] : [260] : [261] : [262] : [263] : [264] : [265] : [266] : [267] : ... [668] :

| 태그 Tag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