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트의 포켓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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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춰보는 한 달 전 일기




세월이 꽤 흘렀다.
감히 '세월'이라 할 만큼 '오래'인 느낌이다.
그림이 좋아 '아사달'화실(부여에 있던 대입미술학원)에 다니던
국민학교 4학년 때.
중앙대며 경희대며 들어가던, 아저씨 아줌마 같던 대입수험생 형 누나들과 함께
송창식과 최백호 판(송창식의 한걸음만, 최백호의 뛰어, 윤정하의 찬비가 기억난다)을
들으며 막연하면서도 당연한 듯 미대진학을 꿈꾼 뒤로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진로희망.
참 대단하다, 외아들로 태어나 '굶어죽는 환쟁이'란 말이 돌던 그때에 시작하여
30년 동안 한우물만 팠으니...!
헌데, 30년 한우물에 고인 건 뭐가 있을까...
돌이켜 보면 살짝 '외도'한 때가 없진 않았다.
기억하는가?
70년대 스릴러물 두 개, '써스페리아'와 '오멘'.
무용학교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암투, 공포감은 내 안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 '써스페리아',
요한계시록 13장과 그안의 666을 소재로 한 '오멘'.
'666'을 이마에 찍고 태어난 데미안, 그의 아버지 윌리엄 홀덴의 이성적인 태도와
'대사'라는 직업이 좋아보여서 한동안, 적어도 고1때 까지는,
외교관을 꿈꾸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보다 앞서 심오한 외도가 있었는데,
중1 CA 통해 만난 뒤 약 3 년여 동안 사적으로 영향을 받은 피스코; Vance와 Maggie 부부.
혈혈단신 중1 꼬마가(적어도 '영어'에서 만큼은) 너댓 시간을 기차로 달려
그들의 숙소인 수원과 나 살던 익산을 오가며 제 키의 두 배되는 미국인과 생활하고
덕진공원을 함께 거닐 땐, '인생'의 목표가 몽땅 '영어'로 쏠리는 듯 했다.
(이제 그들은 세 자녀의 부모이며 그들 나이로 쉰셋, 쉰다섯의 아줌마 아저씨다.
첫 애 이름이 '노엘'이었는데 당시 인기있었던 '깊은 밤 깊은 곳에'의 '노엘 페이지'가
떠오르곤 했다. 집착/복수/안면몰수 등의 현대식 커리어를 싸짊어진 연기자 배역이었던
노엘 페이지는 요즘 같으면 상당히 친숙할 이미지였다)
그런가 하면,
처음으로 '오뚜기 양송이 수프' 맛을 보여주고,
백마강(부여 금강) 민물조개를 한양동이 잡아 삶아서 함께 초장 찍어먹던
추억의 처녀 미술선생님 이정희, 그때는 못알아듣던 '대방동'이 서울의 어딘지 지금은 알지만
만날 길은 없다.
교사가 되고 싶게 만들어주신 선생님.

그럭저럭 뼈를 추려보면,
내 진로에 있어서의 핵심은 '그리기'와 '영어'와 '선생님'이었다.
그 중 두 가지를 하고 있으니.. 나는 성공한 것인가?

'아니올시다'이다.
언제부턴가 어긋나 있었다.

창조적 변주가 있었어야 했다.
변주; 그것은 풍요이며 윤택함이었다.
한우물에 대한 집념은 우직한 진실처럼 보이지만
때때로 그것은 마주쳐야 할 상대에 대한 소극적인 방어이며
주눅들은 최선이었을 수도 있다.
게임을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갈 때의 위축된 시야와, 그래서 긴장하여
간과하게 되는 '기본'들.
기본을 소홀히 하면 전세가 형편없이 몰리고 그것을 역전시키고자
무리하게 되는 각종 샷들,
그럴수록 마음이 앞서 더욱 흔들리는 기본기...

악순환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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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4 23:59 2005/08/0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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