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트의 포켓카메라 agtae.com     

글 카테고리 Category 최근에 올린 글 RecentPost 최근에 달린 댓글 RecentCommant

너는 .. 짜식아 안돼! 사람이 임마 좀...




회장 방의 전실격인 비서실에 근무하는 나에게
같은 계통의 일을 하는 오랜 동료 한구가 찾아왔다.
한구는 회장 전용 방문이 마주 보이는 비서실 한 책상에
걸터앉아 내게 펜과 메모지를 건넨 다음 받아쓰라며 몇마디 부른다.
"민대인 민정수석의 비리1, 비리2, 비리..."
의자에 앉은 채 한구가 불러주는 몇마디를 듣다가는 빤히 올려다 보는 내게
한구가 덧붙인다.
"회장실에 넣어 둬! 사실이잖아! 알릴 건 알려야지..."
내 눈빛이 한구에게 말한다.
"이걸 네가 하지 왜 나한테..."
닫혀 있던 회장실 방문이 열리고 사람이 나오는 바람에
메모지 건은 유야무야 돼버렸다.

퇴근 후 나는 거실 TV가 마주 보이도록 설치된 씽크대 앞에 서서
뜨거운 물을 방금 부은 커피잔을 잡고 찻숟가락으로 젓는다.
낮에 한구와 있었던 일을 생각하다 발끈 열이 오른다.
"짜식 그런 짓은 지가 직접 하지 나한테 하래... 마치 인심 쓰듯이.."
"아후.. 난 왜 딱잘라 거절하지 않았을까.."
그러는 사이 현관문이 열리고 뜻하지 않은 친구가 성큼 들어선다.
배우 '김보성'의 생김과 말투를 꼭 빼닮은 친구다.
"너는 짜식아 안돼! 너무 깔끔 떨어! 사람이 좀 너그러워야지 새꺄!"
들어와 마주 앉자마자 다짜고짜 내게 하는 소리다.
"맞어, 난 사람꼴을 잘 못봐... 자꾸 흠만 보여..
이런 내가 나도 폭폭혀.."


꿈이다. 방금 있었던 일처럼 너무도 생생한 꿈이다.

엊그제, 함께 근무하던 주사 한 분이 사고로 돌아가셨다.
동료들 조부모상에 이어 그들의 부모상이 남일 같지 않던 마당에
형님같은 동료의 죽음은,
내가 세상을 뜬 뒤에 남겨질 '내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치우면서 내 흔적을 추스려야 할까.

순간순간 미심쩍은 상황이 생길 때마다
한 템포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확인해야만 안심이 되는 '의인증'.
그것이 아마도 죽기 전 내가 버려야 할 것 중 최우선의 짐일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음이 밝혀지고 또
다 알아서 회복되곤 하는 일이었건만 조바심을 부리며 의심을 한다.
그래서일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친 사람 곁에서, 그 비장한 순간 뒤에
너무도 생생한 꿈은...

"너는 짜식아 안돼! 사람이 좀 너그러워야지 새꺄!"

Creative Commons License
2005/08/11 22:57 2005/08/11 22:57

top

About this post

이 글에는 아직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단 1개 달려있고, , , , 태그가 달려있으며,
2005/08/11 22:57에 작성된 글입니다.


: [1] : ... [50] : [51] : [52] : [53] : [54] : [55] : [56] : [57] : [58] : ... [188] :

| 태그 Tag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