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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하루를 벗고서는...




입고있는 옷이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
어느날 뒤적여본 철지난 사진 속 차림이 문득 낯설게 뒤처져 보이듯 가슴 아래로 내려다 뵈는 내가 초라해 보인다.
거울 앞에 서서 좌우가 뒤바뀐 얼굴에 빨려들어 돌이키듯 그려보는 지나온 날들이 드라마 속 주인공 보듯 일거수일투족 모두 한 눈에 스쳐가고 때때로 부끄럼에 몸서리를 치기도 하면서 제정신이 들때. 온통 나를 뒤바꾸고 싶어 적당한 껍데기를 찾아보지만 그 어느것도 내키지는 않는데, 자꾸 스스로 위축되는 건...

아주 먼 것은 부럽지도 않다.
바로 곁에 나란히 두고 비교할 수 없는 건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언제나 나를 뒤흔드는 것은 숨 하나만 돌려도 느껴질 사소한 주변. 그렇다. 난, 죽는 날은 커녕 1년 뒤도 못본 채 하루에 목숨걸고 살듯 해왔던 거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방도가 없다.
그저 하루라도 맘 먹은 대로 보낼 수 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오늘은 홈피 얼굴을 바꾸려던 스케치북을 덮었다.
잊고있는 동안 말라버린 아디안텀의 가지를 잘라내고 물을 부었다.
2년전 "한마당" 입구 계단참에 놓여 넓직히 뻗은 방사형 잎줄기가 좋아보여서 구해왔던 안스리움은 두 번 꽃을 피우더니 잔 줄기쪽이 말랐다. 이것도 잘라내고 물을 부었다.
옥시카디움, 싱고니움... 한결같이 다습을 좋아하는 것들을 데려다 놓고선 나조차도 견디기 힘든 건조함에 가습기를 틀면서도 물주기를 잊었던 거다. 그래도 굳건히 나름의 키자람을 하는 고것들이 새삼 고맙다.
모처럼 "성산포에서"도 들었다. 어지간한 음반엔 그 멋진 3절이 짤린 채로 출시되어 오리지날을 찾아 수개월을 헤맨끝에 구했던 "I feel love" 테잎도 들었다.

참, 어제는 백운중 졸업생들을 만났다.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고는 생각이 나서 전화하는거라고 했다. 같이 늙어가는 기쁨. 그 중 한 명은 3월에 당진의 국어선생님이 될거란다. 정말로 같이 늙어가는 기쁨.

이 모든 것들이 내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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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20 02:55 2001/02/20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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