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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 빤쓰와 사각 팬티...




삼각빤스와 사각팬티..
'빤스'는 삼각에 '팬티'는 사각에 어울린다..는
생뚱맞은 생각.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되씹어볼 겨를없이 쏟아지는
신기술-영상에 휘말리듯 정신을 쏙 빼놓고 보던 TV가,
무심히 흐르는 중에 한마디가 문득 귀에 들어올 때
손을 놓고 잠깐씩 귀기울이던 라디오 보다 자유롭지 못하단 걸
느끼던 무렵 부터였다.

편집은 리얼리티의 재현일 수도 왜곡일 수도 있고 가상일 수도 있으며,
매체는 편집을 전제로 하는 속성상 상상이나 체험 보다 못미더우며,
상상은 자의적이고 체험은 편협할 수 있다.

그런저런 생각이 들 무렵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손이 끌리고, 그러다가 급기야 TV를
'필요한 일상의 잡음'으로 취급하기에 이르렀다.

누군가는 혼자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누군가는 술을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마신다고 했다.
나는 술을 커피처럼 마신다.
잠깐씩 귀기울이지만 대부분 무심히 흘려듣는 라디오 같다.
그래서 내겐 혼자고 뭐고 그런 건 별로 신경쓸 일 아니다.
그냥 머릿속이 출출하면 한잔을 떠올리고
커피 자판기 앞에서 동전 챙기는 정도로 채비하여 술집을 찾는다.
소주가 아닌 백세주... 가시오가피주..

10월이 오는가... 찬바람이 분다.
바람과 마주 선 식은 바지에 허벅지가 선득거리고 두어 번 등이 오싹해지면
주머니에 찔러 넣은 두 손부터 길게 목덜미까지 늦가을 같은 상념이 온다.

쌓아놓은 수천 장의 사진과 수만 장의 추억 속에
한 해 한 해가 아쉬운 앳된 아이들이 새겨져 있고
다시 만나면 웃음이 아니라 눈물이 날 만큼 저마다 손에서 놓기 싫은 아이들인데
그들의 '웹로그' 미니홈피에서 줄줄줄 쏟아져나오는 낯설음.

졸라싫어
캬컄 ~ 씨뽥아^^
완전 개새 ~!!!!!!!!!!!!!!!!!!!
사진빨 디자븐다
씨빨
씨빨람아.. 뒤진다잉
죤니 시러..
아♬~씨빨
죶빠,ㅋ
ㅋㅋㅋ 존나 골깐다 ㅡㅡ 미칞년 ㅋㅋ
쒸뎅

아랫도리에 무엇인가를 입었다..라는 안도감을 주기에 삼각빤스는 충분했다.
잠을 자든, 운동을 하든, 할 일 없이 빈둥거리든.. 무엇을 하든지 간에
삼각빤쓰는 몇 겹을 걸친 '의복'의 상징이었다.
그러던 내가
요즘엔 사각팬티를 입는다.
이제 더 이상 '무엇인가를 입었음'에 대한 상징은 별 의미가 없다.
그저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의 편안함 정도로 헐거우면
그게 삼각이든 사각이든 개의치 않게 된 거다.


그래..
나이를 먹는다는 것. .. 그건 가 보다.
20대를 훌쩍 넘겨버린 내게서
이제는
'30대'가 영원히 떠나려는 가 보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낼 즈음이 다 된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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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1 15:57 2005/09/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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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1 15:57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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