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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부대에 새 술을 담그다...





봄비...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잔설도 젖어
붉은 진창이 드러나니 이제 분명 봄비다.
기상이 날씨는 바꿔도 계절은 못바꾼다더니
입춘도 지나 정월 새 보름도 지나
봄이 제법 반듯하게 걷고 있는 갑다.

지난 해 12월 어느날
카메라 고르던 얘기가 마지막인 걸 보면
할 일 없는 방학이 그야말로 한 일 없는 방학이었는지,
교사의 솔잎이 학생이었음인지.. 끄적거릴 그 무엇이
긴 겨울 동안 하나도 없었나 보다.
또는, 새벽 어느 한 자리 차고 앉아
보낸 낮을 정리할 여력도 없이 겨우내 끌려 다녔음이다.





가만.. 곰곰.. 뭘 했더라...

고 김영갑의 파노라마를 보러 제주도에 갈 뻔했다.
그 파노라마에 빠져 감당 가능한 중고 헛셀X-PanII를 살 뻔했다.
그러나 필름 감당이 두려워 결국 다시 디카를 골랐다, 무려 한 달 동안.
그 끝에 환산화각 28mm의 S80을 샀다.
28mm가 모자라 0.8배 컨버터를 사서 22mm를 만들었다.
역시 내게는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놈이 최고였다.
그런데 곧이어 파노라마 내부합성 되는 23mm 코닥 V570이 나오는바람에
후회할 뻔했다.
(다행히 고놈은 500만 화소 자동노출 카메라였다, 정말 다행이다..)

직원여행을 캄보디아로 갈거라길래 캐빈 카트도 샀다.
싸다는 E마트의 모 메이커 카트가 12만 8천원.
걸음을 바꾸어 시장 안으로 들었다.
유사품인데, 9만원인데 개시니까 8만원만 달라네, 아줌마가.
카드가 안된대서 현금 찾으러 잠시 시장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데
맞은편 가게에는 색이 더 좋은 놈이 있다.
저쪽 집, 아까 그집 눈치 뵌다고 했더니, 싸게 줄테니 맘에 드는 걸로 하란다.
오케이! 더 흡족한 카트를 6만 5천원에 샀다.
속없이 양심은 있어서 먼저 고른 집에 들러 미안하게 됐다 그랬더니
자기가 부른 값은 생각도 않고(아니면 민망했거나..)
아줌마가 노발대발 씨부렁씨부렁... 약올린 셈인가...
빈말이라도 '맘에 드는 걸로 사셔야죠, 괜찮아요'라면 좋을텐데, 어차피 못파는 거.

거의 2주에 걸쳐 '심성훈련' 연수를 받았다.
기똥찬(아, 기통찬..이 맞다고 했다) 연수 받고 돈 받고, 37만원.
(금마에서 합숙하며 15만원 날렸지만..)
연수 시종일관 통하는 느낌은
'저렇게 고급한 말씨와 표정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솔깃하게 강의할 수가 있구나'..
온통 내내 반성모드였다.
이 글 보시는 교사 계시면 올 여름 꼭 한 번 받아 보시라. 애들 말로 극강추다!

공주 선산에 집 대신 지었던 막사의 위치가 위법하여
근처 적법한 자리로 옮기는 중이다.
위법과 적법의 차이는 고작 20m다, 그것도 '내땅'에서.
돈 없고 빽 없는 탓일지도 모른다.

우리 인월 아이들이 졸업을 했다.
12월의 서해안 만 했을까마는 그런대로 제법 무시무시한 눈발이
위 아래를 덮어 온통 뿌연 하루 덜덜 떠는 하루 속에
마지막 종례를 약식으로 했다.
약식이라 함은, 전통적으로 해오던 개별 포옹과 눈물이 생략됨을 뜻한다.
참으로 뻔뻔하게도, 정년때까지, 담임하는 순간 만큼은
항상 눈물이 고일 줄로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것은,
아마도 졸업생 대부분이 낼모레 다시 볼 수 있는 '인월고생'이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며 반성을 기만해 보는 바이다.

동생도 졸업을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임상병리사 취업을 했다.
그 와중에 난 생일을 맞았고 서울의 막내까지 어렵게 틈을 내줘
참으로 오랜만에 여럿이서 함께 케ㅤㅇㅣㅋ도 잘랐다.

저 옛날 중학교 때 단 1년을 담임한 아이(?)들이 하나 둘 입대했다.
작금의 시끌적한 군 의무관리 형편에 누구보다 분개하고 있던 터라
고놈들 송별하는 마음이 예사롭지 않았다.
참말로 형편없는 기원을 그들 뒤에 붙였다, 멀쩡히 살아와다오!

오늘, 인월중, 인월고 신입생 진단평가를 실시했다.
아울러 반 편성, 번호 배정, 시간표까지 정리하여 고지해줬다.
드디어,
긴 긴 겨울이 지나고 새 술을 담글 날이 오는 거다.
내 속에 새 부대를 채비하고 새 술로 다가오는 어제의 인연들을
챙겨야 한다.
스스로 새 부대가 되기에는 아직 몇몇 앙금이 걸린다.
약간의 쇼를 하며 여행용 카트를 준비했음에도 캄보디아에 가지 못했다.
대신 그 덕에 동생 졸업을 축하할 수 있었고 막내까지 함께 한
생일을 맞을 수 있었고, 오늘은 아니 어제는 새해에 함께 할 새 술도
만났다.
그럼에도 스스로 새 부대가 되기에 걸리는 몇몇 앙금은 무엇일까...

오늘은 왠지
이 짙은 안개비가 다시는 밤새 얼어붙지 않아서
내일 처음 뜬 눈에.. 똑 똑 똑..
방울로 떨어지는 소리가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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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5 03:47 2006/02/15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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