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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4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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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1부. 죽은 자의 매장;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

죽은 땅에서 키워 내는 라일락은 황무지의 허세이고
새로운 생명의 순환을 알리던 봄비는
최선의 삶에서 비롯된 행복이라 여겼던 문명의
황폐함을 일깨울 뿐이며
돌이킬 수도 없고 돌이켜서도 안될 '행복했던 시절'의 공허한 추억에
위로를 기대하는 오늘, 또는 우리.
재생되지 못할 죽음, 또는 되지 않는 재생의 강요.
그렇게 엘리엇의 4월은 잔인했다.

그러나 내겐 아니다.
나는 그때에 생겨 있지도 않았으며
엘리엇과 공유할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그로부터 내게 이르기까지 관통할 '무엇'이 있다면
그래서 나 또한 절감하며 절망 속에서 실낱 같은 희망을 찾아야 한다면
나는 지금의 내 무지함에 탄성을 지르며 감사해 할 것이다.

그렇다.
난 그저 내 손에 닿을 듯 넘실거리는 물결에
내 몸 하나 떠밀릴 뿐, 그것 조차도 버거울 땐 비명 한 번 지르며
나아가는 단순한 속물일 뿐인 것이다.
내게 있어 4월은 그렇게 철저히 개인적인 쪼잔한, 그러나 온몸으로
온 힘 다 해 버텨내는 새해의 권태기일 따름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의 4월은 어떤 정의로 각인되어 있는가.

이곳 저곳에 실려 오는 서평들을 한데 모으며
내 눈으로 확인해 보리라던 그 책들.
지난 한 해 내 손에 쥐어져 틈틈이 읽혀진 책들은 무엇이며
겉장도 채 넘기지 못한 책들은 또 무엇인가.

돌아보면 난, 목표형 인간이 아니었다.
회가 동하면, 회가 동해야 온통 빠져 진을 빼내버리는 피유혹형이었다.
어느 해엔가는 '조선왕조'이더니 어느 때엔가는 '야생화'였고
지금은 '4월'이다.
새 움이 트고 새 물 마실 때를 기다리는 졸리운 달, 4월이다.
이제 화사한 봄볕으로 졸린 눈을 틔워 밀린 책 좀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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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5 23:56 2006/04/0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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