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한 때 익숙했었으나 지금은 낯선
거름 냄새가 다시 익숙해질 즈음,
밤바람에 개구리 소리가 묻어 온다.
지난 4월이 들쭉날쭉 편치 못했던 인월의 봄이었음을
고놈들도 알았는지 그동안 내내 잠잠하더니, 오늘은
흐린 어느 여름날 비 올 하늘 아래로 살랑이던 바람처럼
부드럽게 시원한 밤을 타고 야자에 밝혀진 교실 창 불빛이
겨우 와닿는 교정 운동장 구석까지 흘러와
적적한 어둠을 출렁이게 하는 먼 논바닥 소리.
맞다.
관사 너머 소방서 지나 동무리 너른 들이 이맘 때면 울곤 했었지..
봄이 길어진 끝자락이면 저 소리가 밤을 지새고
진짜로 한 해가 파종되었음을 실감했었지.
그래, 이맘 때쯤 이런 때가 올 줄 알았지.
알았으면서도 정작 개구리 소리를 듣고 나서야 때를 느낀다.
기다림.
안다는 건 나도 의식하지 못한 기대이며
새삼 호들갑 떨듯 살짝 놀래키는 기다림이었나 보다.
숱하게 들을 개구리 그 소리를 듣는 단 이틀밤
곧 익숙해져 들려도 못 들을 그 소리에
냉큼 현관에 들지 못하고 내일 밤엔 사라질 것처럼 이렇게
못내 아쉬워 붙박이로 서 있다.
그애도 그랬다.
의례히 그럴 줄 알았던, 그렇게 한 해 두 해 가는 줄 알면서 보냈던
숱한 날들 다 지나고, 발치를 띄워 만나는 새 모습.
이맘 때면 그렇지.. 그런 모습들이곤 했지...
그리고는 훗날 또 오늘을 훑으며
'맞아, 그래, 이맘 때야 딱 그때야..'라며
그의 모습에 돌아서는 발길 떼기 아쉬워 하는.
안다는 건,
그럴 줄 안다는 건
기다림이며 익숙해지는 요령이었다.
기다릴 게 많아지면서 그것들에 익숙해지면서,
그러면서 한 발짝씩 죽어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