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것 아주 큰 것
아주 먼 것 아주 가까운 것
너무 밝은 것 너무 어두운 것.. 가려진 것 투명한 것...
내가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형편없는 이 눈에도 보여지는 그, 아주 조금의 세상이 참 좋다.
더 볼 수 있는 눈에 드러난 세상은 어떨지 모르지만
비를 몰고 오는 땅거미가 참 좋다.
낮의 끝무렵 어둑한 하늘 비를 쏟아내는 먹구름이 연기처럼
손에 닿을 듯 머리 위로 휘도는 지금
제 색과는 상관없이 짙어진 히말라야시타 앞에
덧 세워진 축구 골대가 무척이나 하얗다.
'테마식 현장체험학습'.. 곧 예전의 수학여행이다.
학생이나 교사나 바뀐 것 없고 타는 차 가는 땅도 그대로인데
제목만 '현장체험학습'이란다...
어쨌거나 그것을 마치고 돌아와 하룻밤 쉬고 나니 딱 떠오른다.
"담임 아닌 체육대회가 얼마나 썰렁할까요..."
전출한 어느 선생님의 말이 고스란히,
"담임 아닌 수학여행이 얼마나 썰렁할까요..?"로 되어 왔다.
수많은 곁의 동료들을 제치고, 멀리 전출 간 선생님의 눈이
제일 먼저 나를 본 거다.
...
...
.
.
.
(이상은 공식적으로는 뱉을 수 없는 말들)
모처럼 휴가처럼 다가오는 주말
이것저것 치우고 또 정리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