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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은하수 아래로 밤이 불어온다.




손톱달을 본다.
'손톱달일 망정..'이라 하기엔 무척 오랜만에 검푸른 하늘에 눈부신.. 달.
별도 보인다.
빛간섭이 적은 인월 밤하늘 밤을 새우고도 못 다 셀 별들
오늘은 은하수 건너의 두 별을 찾아 보는 날
뭐.. 찾고 말고도 없다, 북극성 아래 뚜렷한 직녀성, 그리고 대삼각형.
그러고 보니 바람도 온다.
남들은 절대 모르는 바람, 덕두봉 너머에서 소재지 허공을 지나
한 칸 높은 관사 앞뜰로 들이치는... 그래서
속옷 없이 걸쳐입은 면셔츠 아래자락을 휙 들어올리면
온몸 살갗을 구석구석 스치는 밤, 또는 바람.

살아있구나...

복도에 시끄럽던 아이들 장난 소리도
밤이면 귀따갑게 재잘거리던 개구리 소리도
넘칠 듯 휘몰아 흐르던 람천의, 폭포 같던 먼 굉음까지,
모두 사라진 듯 멈춘 이 적막 속에서
겨드랑이에 부딪는 바람만으로도 나는
살아있구나.

TV뉴스 속 수해가 언제.. 내 것인적 있던가...
그 많은 이들이 고통스러워도
브라운관 저편으로 동정을 보냈을 뿐 그들이 내가 아님을
다행스럽게 여겼는지도 모를 내가 새삼, 이밤에,
물기 없는 바람 하나에 살아있음을 느끼는구나.

대전시 발명동아리 연합 골든벨을 멈추게 했던,
불패의 신 치우천황은 고독을 알까...
그는.. 혹시 그는, '패배'와 '살아있음'이 같은 뜻일 때도
있다는 걸 알까.

연 나흘밤 술을 마신다.
사람을 만난 김에 한 잔
사람을 만나자고 한 잔
오늘은 아무런 만남이 없으니 한 잔.
혼자 술을 마시는 건 청승이라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간섭'이 없는 시간을 소유한다는 건
설사 그것이 패배 뒤의 잠시일지라도, 분명.. 행복이다.
하물며 지고 이길 게 없을 바이면...

긴 시간 동안 하고 싶은 게 많았음을 알았다.
의관을 정돈하며 차 한 잔 우리고 싶었고
손끝 발끝에 닿는 걸 치우며 스트레칭도 하고 싶었고
맑은 냉수 한 컵 곁에 두고 밀린 책을 섭렵하고도 싶었다.
그런데,
달이 비치고 별이 보이는 이밤에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서 있다.
차고 책이고 요가고.. 모두 사라져
그저 세상엔 저 하늘과 바람과 나만 있는지..
'홀딱 벗다.'
당신은 이 말에 알레르기가 있는가? 아니면.. 동감하는가.
너무나, 감당하기 벅찰 만큼 기분좋은 밤바람 앞에서는
홀딱 벗으라!
몸에 걸친 옷떼기는 암것도 아니다.
가랑이로, 겨드랑이로, 목덜미로 스미는 이 상쾌함은
순간순간 내가 걸친 옷을 잊게 한다.
소스라칠 이 쾌감.
그리고 적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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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1 01:10 2006/08/0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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