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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우는 밤에





뭣이 여치인지 뭐가 귀뚜리인지 소리의 분별은 되지 않지만,
낮에 보았던 고놈들이 한꺼번에 울고 있을 터이다.

시끄럽다 느껴질 만큼 센 고놈들 소리에 잠겨드는 추억은
뜬금없이 [십일만오천 원]이다.

오백 원 하던 주택복권을 지갑에 넣고 한 주를 뿌듯하게 보내던 시절,
때때로 급한 마음이 들면 역시 오백 원 하던 즉석복권을 긁었다.
장을 본 뒤 남은 돈으로 산다는, 그래서 돈독 올라 사는 복권이 아님을
스스로 속내 강조하며 긁어 보던 즉석복권으로 얻은 공돈(?)이
십만 워 한 번, 만 원 한 번, 오천 원 한 번이었다.
십만 원은 몇몇이 편의점에 모여 맥주 마시다가 긁던 차에 얻은 거라
추가 맥주값으로 끝냈고,
만 원과 오천 원은 각각 그날 장 본 값으로 대신 했다.
요즘엔 .. 다들 아는 로또복권을 산다.
지갑 속에 벌써 달포가 지난 로또 두 장이 있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은 터라 아직 맞춰 보지도 않았지만,
기대하지 않는 무심 속에 깃드는 가벼운 설레임은
사실 소 뒷걸음에 쥐 잡는 정도의 희박한 우연을 기대했음을 방증한다.

전주 서곡에서의 즉석복권과 인월 관사에서의 로또복권.
[문득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라는 공통점이 있구나, 그 둘 사이엔..
가만있자.. 90년 3월 발령이니까는... 17년 차.
남들은 이 정도면 집 사고 뭣 사고 뭣 사고 한다던데, 난..
차 세 번 갈고 컴퓨터 여덟 번 갈고 전세 물린 국민아파트 한 채가 전부군.
and 한번에 뭉치로 까먹은 870, 800, 600만 원...까지.
당시에는 별 수 없는 것이었겠으나 돌이켜 보는 마당엔 겁나게 억울한 돈이다.
그 만큼이면 지금 차값을 보태 BMW 5시리즈 정도는 몰았을 걸.
그러나 중요한 건 [집 한 채]가 아니라
그 870, 800, 600이 각각 갖는 내게로의 의미이다.

어쨌거나..
풀벌레 세차게 울어대고 온종일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잠시 그친 한밤에
뇌리를 점령한 추억 겸 반성이다.


땡 잡았다.
혼자 한잔 마시러 왔는데 [훌륭하신 사장님]이
오늘 한 번 끓여 봤다며 추어탕을 내주네...
딱 잘됐다, 저녁도 띄었는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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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31 14:22 2006/08/3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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