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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옷이 없다...





혹사.. 시키고 있다.
오른 팔꿈치가 오른 어깨가 쑤시고 아려서 새벽잠을 망쳤다.
후회하지 않는다.
억울하지도 않다.
다만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어서,
살기 위해 팔이 쑤시고 어깨가 아려야 하는 이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아령을 사야겠다.
아무래도 팔 근력이 욕심에 못미친다.
옆구리살 빼서 S자 만들거라고 작정했던
맨손 스트레칭 동작 몇 개도 꾸준히 못하는 터에
아령 만큼은 다를 지 어떨 지 모르지만...
해야겠다.

오늘 밤도 쑤시는 어깨로 뒤척이게 될 지 몰라
소주 한잔 걸치고 있다.
물빛 자르르한 깎은 오이와 푹신해 뵈는 계란탕과 참이슬 한 병.
조금 있으면 닭발매운볶음도 나오겠지..
홀로 따르고 비우는 잔은 당연하게도 자유롭다.
언제까지나 아무말 안할 수도,
고개를 떨군 채 끝이 없을 수도,
이렇게 두서 없이 간간히 끄적거릴 수도..
그 모든 게 [내맘대로]다.

후끈 오르는 등짝의 열기를 못이겨 외투를 벗어 개는 동안
따뜻해진 목 위로 먼 옛일이 지나가고,
아까 옷장 앞에서 맞닥뜨린 생소함이 문득 상기된다.
두 번째다, 그 황당한 생소함.
스물일곱에 초임발령 받아 엄청(?) 사재꼈던 [단야]옷들.
나름의 센스를 지닌 중저가 메이커를 음미하던 그때엔
제법 째를 내는 거라 여겼다.
학창 때엔 소위 [스모르]시리즈가 대세였고 나아가 그게
미술과의 대명사격이기에 단벌로 수년을 보낸 처지에
윗도리 따로 아랫도리 따로 골라서 산다는 건 정말
[째]의 최고조였다.
그땐 연보랏빛 실키더블자켓도 입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별안간 옷장 앞에서 생소해진 거다.

생소함이란,
이것들이 내옷이란 말인가...
내가 요것들을 입고 쏘댕겼단 말이지.. 하는 낯설음,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옷들 입장에선.
그랬는데 오늘 또 그 느낌 그대로인 거다.

내가 그동안 저것들을 걸치고 살았단 말이지..
겁도 없이 그동안 그렇게 살았단 말이지..

현관에 신발장과 전신거울을 놓아두고 살아온지 10여 년,
그간에 신경 좀 썼다는 얘긴데... 그런데 왜 하필 오늘
옷장 속의 옷이 "감히" 챙겨둔 [세트]로 보이는 걸까.

거울 앞에 비춰진.. 얼굴 탓이다.
맞지 않는다는 느낌.
내 위에 세월이 꼽사리 꼈다는 느낌
내가 너무 많이 와버렸다는 느낌
이젠 아이들 앞에 [형]같을 수 없다는 느낌.. 그런 것이다.

문득 입을 옷이 없다는 감이 온 적 있는가.
있다면 무엇 때문인가...
적어도 내게는 이런 이유, 삭은 거다. 폭 삭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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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3 10:56 2006/10/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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