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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보름밤을 위하여




가녀린, 그러나 또렷한 손톱달이다.
그러더니 벌써 반 가까이 차올랐다.
추석 지나 그믐 지나 벌써 초생달이니 곧
또 한 보름이 오겠다.
보름밤 두 번 더 지나면 2006도 끝인 걸..
상당히 거세게 저항했던 지난 수개월이 키워준
내력은 무엇인지 아직 가늠되지 않고,
헤아릴 수 있는 건 '즉흥'뿐 진득하게 꾸려온 삶이
아닌 것만 같은 약간의 후회가 속 깊은 곳에 일면,
아무렇지 않은 양 매일을 지나오지만 그 어느 걸음 하나도
쉽고 가볍지 않았음을 나에게 고백한다.




점점 낯설어져가는 아이들,
사랑하긴 했을까...
'사랑하는 우리반'이라던 말도
귓가로 듣는 남의 말처럼 스쳐 지나고
나를 보는 그들의 눈빛 앞에 내게로 오는 벽이 있다.
예전에 하나하나 손에 잡히던 그들의 눈빛이
시린 콧잔등 앞까지 와서 부숴진다.
그 가까이서 흩어지는 마음들을, 한 뼘 뻗으면 닿을 그것을
잡지 못하겠다.
이제 나는 그들에게 '향수'다.
한 걸음 잘못 물러선 나에게 그들은 추억일 뿐인지도....
갈라선 연인과의 어색한 담담함이 이럴까..
무난히 넘겨온 수업 뒤에 소주만이 달랠 수 있는
싸늘함이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도 읽을 수 없는 긴 변명이 숨어 있었다.



선택, 판단, 결정, 갈등, 혼돈... 등등등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기다린다는 미명 아래
스스로의 감정을 옅보는 비겁함이었다.
비겁함은 만용을 낳고 만용에 얹어진 무게가 이젠
버겁다.
"훌훌"...
무엇인가를 털어버린다는 것, 벗어버린다는 것은
더이상 물러설 곳 없을 때가 아니라면, 참으로 대단한 용기.
배수진으로 달려들든, 훌훌 벗어나든 간에
그 용기가 절실히 아쉬운 밤이다.
하긴...
내게도 타의추종을 말라 할 '용기'란 것이 있지.
세상 솔로들이 몹시도 부러워할 그것.
혼자 한밤중에 통닭을 시켜놓고 1000CC 잔을 들먹거리고 있다.
이렇게 먹고자도 담날 암시랑 괜찮은 몸매 마저 가히
최상급인데, 취기는 어쩔 수 없는지,
짜다..........
튀긴 닭 살점 하나 모처럼 양념을 찍었는데
후추소금 마저 또 또 찍은 모양이다.


그림 그리고 싶다....
도톰한 질감이 아니라
곱게 배접된 스키시에 따복따복 스미는 채색화 한 점,
그리고 싶다.. 이 가을 안개속 붉은 벚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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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1 00:35 2006/10/3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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