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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그리고 동명2인의 뜻



새해가 왔다.
때늦은 3월에 무슨 새해타령이냐고...?
"교육"을 들먹이며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또 "교육"으로 들먹거려지며 먹고 살아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제부터가 새해의 시작이다.
남들 신년사가 다 끝난 2월에사 "송년"으로 들썩이다가 봄이 바짝 와버린 오늘... 신년의 안위를 기도하며 설레어 보는 것이다.
여러모로 쓸데가 많지 않은 3월 입학이 딴에는 봄과 맞물려 그럴싸하게 보이기도 하는 군.

오늘부터는 아침길이 다르다. 지난 5년간 한결같이 다니던 길을 버리고 1년치를 다듬어야 한다.

설레는 지금 이 맘이 내년 이맘때까지 굳건히 버텨주기를... 그리고 서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나는 우리반 아이들에게도 신선한 CF 같은 담임이기를 다짐한다.

적당히 때가 되면 있어왔던 전근이련만...
마음은 꼭 신규때 같다. 그래봤자 얼마나 갈까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첨부터 낼랠한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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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이 복도에 있는...
신발장에 가지런히 신발들이 놓여있는...
그러고도 신발들이 멀쩡한 학교.
아침 8시 10분에 도착한 유일한 학생이 지각했다고 혼나고 있는...
15분에 도착한 선생이 그 지각생을 보며 들어간 학급엔 죄다 조용히 앉아서 자습하고 있는...
다음부터 선생이 8시 안에 오지 않을 수 없는...
뛸 수도 없는 복도지만 뛰는 학생도 없는...
시작벨이 울린 뒤엔 복도에 그림자도 없는...
계단참에 자판기가 있고 다 쓴 종이컵은 그 옆 쓰레기통에만 있는...
언제 조용했냐는듯 쉬는 시간이면 왁자지끌 생기가 도는..

달라도 한참 다른 학교.

이곳 사람들은 모두들 그런 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
같은 녹을 먹으면서 그런 곳에 근무하고 있었던 거다.

이제 나도 그들과 한무리라는 안도감보다
여지껏 다른 무리였음에 비애감이 들고
다른 무리였음으로 느껴지는 비애감 만큼 안쓰러워지는 어제의 학생들.
그 때에는
몇몇 학생들에 기력을 탕진하여 잘살고 있는 아이들 어깨를 어루만져줄 기본 조차 소홀했었다.

떠나와서 내가 해줄 게 별로 없는 아이들을 보고서야 나를 필요로 했던 아이들이 떠오르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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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4 15:02 2001/03/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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