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지 못하지만 즐기는 것이 있다.
내게는 테니스나 배드민턴이 그렇다.
매일같이 운동하는 중에 가끔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짝을 바꿔가며 게임할 때가 있다. 재미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파트너되기가 싫은 사람이 그 중엔 있기 마련이고 역시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매번 샷을 한 뒤엔 꼭 한마디씩 토를 달았다.
"에이.. 발이 또 떨어졌네."
"준비가 늦었어."
"그러면 안되는데 라켓을 또 내리고 있었네."
"어제 4시까지 한 잔한 표시가 나는구만."
...
그 모두가 스스로에게 하는 혼잣말인데 목적은 파트너에게 미안하단 표현에 있었다. 처음 몇번은 운동에 집중하는 자세가 좋아보이더니 샷이 실패할 때마다 뱉는 그런 말마디가 스스로의 다짐이 아니라 변명처럼 들렸고 그럴때마다 난 속으로 '할때 잘하지 꼭 실수하고 저런단말이야...'라며 나 또한 그러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곤 했다. 물론 그 게임은 분명 지고야 만다. 파트너의 속내가 그럴진대 어찌 이길 수 있을까... .
그런데
오늘은 내가 그러고 있었다.
영락없이 그때 그 파트너의 모습으로 매 샷마다 토를 달고 있었다.
맘먹은 샷이 제대로 안되어 그랬을 것이니 게임이 잘될리 없고 더욱이 '그렇게 싫어하던 짓을 내가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말을 삭이며 뛰다보니 의기마저 소침해져 당연히 지고야 만 거다.
모든 것이 항상 남의 일만은 아닌 것을... 난 그렇게 불만스러워 했었다.
혹시 모른다.
지금도 내가 무엇인가에 또 그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