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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함에 대한 반성




정기전보를 때되면 겪어야 하는 공립학교 교사는 은근히 이런 마음을 갖는다.
"있을 땐 형이요, 떠나면 남이다. "
같은 학교 직원일 때와 다른 곳으로 전보되었을 때 달라지는 상황에 대한 절감을 대신하는 말이다.
곧.. 새로 간 학교에서 또 일정기간 가족으로 지내야 하니 그전 학교 직원과의 공감이 자연히 뜸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공립학교 교직원들은 이렇게 저렇게 모임을 많이 만든다.
음험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만드는게 아니라 상호 친목이 잘되던 몇몇이서 술친구로라도 자주 보자는 거다.
나 역시도 그런 모임이 몇 있다.
얼마전 모임 형 한 분이 쓸개의 담석제거수술을 했단다.
돌이켜 보니 아닌게 아니라 지난 모임에 얼굴이 쏙 빠져서 나왔었더랬다.
그런데 이번 모임에 얼굴이 안보여 알아보니 입원했었던 게지.
그것도 몰랐다니... 아니 수술할 거란 것만 알고 날짜를 몰랐으니 문안해줄 우리로서는 아무것도 모른거와 같았다.
아까 그 형님을 만나고 왔다.
미안한 마음에 덧보태진 안쓰런 마음은 얼마나 서운했을까 하는 뒤늦은 헤아림에서 나오는 것이렸다.
형은 이제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쁨이 있다 했다.
담석이 내장을 짓이기는 아픔은 산고 다음이라 하지 않는가...
회복이 불가한 병에 비하면 바늘귀 만도 못하지만 얼마나 다행인지.
이제는 회식자리에서 맘껏 고기를 먹는 형일테니.

"아무한테도 연락 안했어. 뭐 그런걸 신경쓰고 그래..." 라는 형한테 슬쩍 얼마나 섭섭했는냐고 떠봤더니
"아니야. 잠깐 며칠 누워있던 것 갖고 뭘... 일부러 연락도 안했는데... " 그러더니
이어서 스치듯이 한마디 더 했다.
" 보고 싶긴 하더라, 거 왜 있잖아... 안와서 서운한게 아니라 아프니까 보고싶은 얼굴들말야... "
그 말에 맘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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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8 23:57 2001/04/1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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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8 23:57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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