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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로 끝났으면 싶은 날, 오늘..!



내가
비교적 뚜렷하게 좋아하는 색이 셋 있다.
풀색,
흙색,
그리고... 솜털을 막 벗은 살색.
굳이 이유를 들자면...
이 셋은
가장 익숙한 색이며,
저절로 있어 온 색이며,
천지에 널부러진 탓에 차지하려고 욕심내지 않아도 되는 색이며,
시간의 시작이 되면서도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색이며,
앞만 보던 내가 아래를 위를 또 뒤를 보게 하는 색이며,
그것을 빼고는 내가 살 수 없는 것들인 까닭이다.
오늘...
고 이쁜 살색에 퍼런 멍을 놓았다. 볼 순 없지만 아마도 그리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70년대 날 가르치던 선생님을 강산이 두어 번 바뀐 뒤에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일지도... 그 긴 20여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 학생이든 선생이든 서로 모질게 하는 방법만 다양해진 것일 뿐이지. 어울려 살기 위해 치러야 할 자기 몫을 다하지 못했음을 오늘 나무라는 것임을 아이들은 모른다. 아마도, 속된 말로 꼴찌에 열받았다고 생각할테지.
자기로부터 시작된 연쇄 반응으로 결국 모두가 싸늘한 긴장속에 지쳐가는 것도 모르는 거다. 그래서 마침내는 오늘 같이 담임까지 가세한 2중 3중의 스트레스에 터질듯이 깔려가는 거다.

발령 이후 10여년 동안 이렇게 이기적이고 못자주적인 모습은 처음이다. 적반하장인 것은, 더우기 게다가 나보고 웃지 않아 싸늘한 공포분위기가 싫으니 좀 웃어주랜다. 3월엔 우리반에 적어도 "비행소년"은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착각도 했었다. 이제보니 그럴만한 주모와 베짱조차 아예 없었던 거다.
안타깝다... 우리 아이들은 제 담임이 이리도 지들 욕을 하는 줄을 알기나 할까...

혹시나... 달라질 기대를 하며
내가 알고 있는 한에서 가장 치졸하고 비열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매일 당번을 정해 (?)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번호를 적어내는 것.
'지들은 이제 죽었다. 적어도 교실에서 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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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24 22:58 2001/05/2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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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24 22:58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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